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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문가 육성·부처협력 시급/WTO 시대… 분쟁방지위한 정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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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문가 육성·부처협력 시급/WTO 시대… 분쟁방지위한 정부대책

입력
199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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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적 협상능력… 미 통상압력에 “속수무책”/정보수집 강화하고 적극적 현지대응도 과제 정부의 통상대응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맞아 통상질서가 더욱 빠르고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정부의 통상대응능력은 몇점이나 되느냐 하는 시험이다. 미국이 자몽의 통관절차를 문제삼아 WTO에 제소한 것을 계기로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통상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후 잠잠한듯 하던 미국의 대한통상압력이 최근들어 급격히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우리 정부의 대미통상협상력 제고가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미국의 강성 통상기류는 올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1월초 리치 미하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서비스 공정무역법안을 의회에 상정했고 미의회는 노동법을 지키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미통상법 301조로 보복할 수 있도록 했다. 미상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10대 수출공략대상국을 지목해 각종 개방압력을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는 ▲통신시장 개방 ▲자동차 관세인하 ▲육류 유통기간 문제 ▲금융서비스시장의 개방 ▲농산물 통관지연 ▲의료장비 검사기준 완화등 다양한 문제를 거론하며 WTO제소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다. 미키 캔터 미무역대표부(USTR)대표등 미국의 고위 통상관계자들은 특히 한국을 「10여년전 일본」과 같은 무역장벽국가로 지목하고 무차별적인 압력을 가할 것을 공공연히 시사, 우리 정부의 전면적인 통상라인정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미국의 WTO제소는 앞으로 줄을 이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대응은 세계 12위 교역국이라는 대외적인 위상에 걸맞지 않는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신협상에서는 미국의 으름장에 아예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이상을 들어줬고 농산물검역에 대해서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특히 미국의 WTO 첫 제소라는 불명예까지 안게 된 농산물 검역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수준을 모두 이행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불공정대상국으로 지목됐다. 미국이 요구한 농산물의 잔류물질 검사완화와 관련해 지난 3일부터 선통관·후검사를 실시하고 25일이었던 검사기간을 5일로 단축해 시행하고 있는데도 4일 미국으로부터 WTO에 제소당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조차도 제대로 협상테이블에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우리 정부의 통상대응능력이 이처럼 우스운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일관된 통상라인이 없고 전문가도 부족하며 외국 현지에서조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전혀 파악치 못한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한미 통상현안과 관련, 외무부의 지휘아래 금융서비스부문은 재정경제원이 맡고 자동차시장 개방문제나 지적재산권 문제는 통상산업부, 농산물검역과 유통규정등은 보건복지부, 통신시장개방은 정보통신부, 육류시장 개방문제는 농림수산부가 각각 나누어 맡고 있다. 한미 통상현안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조율없이 각 부처가 제각각 나뉘어 미국과 협상에 나서면서 부처간 손발이 안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취약점을 인식, 재정경제원이 통상문제를 총괄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실제로 어떻게 효율성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현지 대응체제도 미흡하다. 자몽의 제소건만 해도 현지에서 정확히 미국정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했더라면 WTO제소는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지에서조차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간 손발이 안맞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따라서 ▲통상라인의 전면정비 ▲통상전문가의 집중육성 ▲현지 대응체제 보강 ▲정보의 수집·분석력제고등을 촉구하고 있다.

◎협상론자의 견해/“WTO제소 지레 겁부터 낼 필요없다”/강화된 분쟁해결절차 적극 활용해야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제소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양자협상에서 강대국의 논리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통상협상 자체를 세계 각국의 공론으로 결정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WTO체제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는 과거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체제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고 강력한 분쟁해결규정을 갖추었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판정결과의 집행력이 약했으나 이제는 실질적이고도 사법적인 집행력을 가졌다. 이처럼 규정을 강화한 것은 각국간의 분쟁을 국제규범의 틀 속에서 실효성있게 해결하기 위해서다. 즉 분쟁사안에 대한 판정이나 조치는 분쟁해결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한 국가가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WTO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통상현안을 해결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WTO협정이 새로운 국제규범으로 정착될 때까지 일정기간에는 위생 검역 농산물 지적재산권등과 관련한 제소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제소 자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반화할 현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이미 올들어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 취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에 대한 수량규제조치에 대한 제소나 미국의 가솔린 국내판매와 관련한 환경기준에 이의를 제기한 베네수엘라등 세계적으로 두건의 WTO제소사례가 있다. 이처럼 WTO제소는 새로운 국제규범아래에서 가장 기본적인 협정운용중 하나로 언제라도 회원국의 필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몽에 대한 미국의 WTO제소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통상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제소와 통상이미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제 우리도 WTO제소와 관련해 소극적이거나 수동적 입장에 서서는 안된다. 이는 자칫 교역상대국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우리도 이제는 WTO분쟁해결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가 이 협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부딪치는 각종 장애요인을 발굴해 이를 해결해 나가는 주요한 제도적 장치로 WTO분쟁해결제도를 활용해야 한다.<이계형 통산부 wto 담당관>

◎WTO시대 장기대응전략/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원장/“총체적 국가개혁 통해 국제경쟁력 높일때 새로운 시장개척 기회 온다”

 전세계 교역국들이 거의 다 참여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여 지금 각 분야에 걸쳐 규범정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장 7개년여의 산고끝에 탄생한 기구이기때문에 우리는 큰 기대를 갖고 이의 순항을 기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2대 교역국의 하나며 GNP규모로 세계 11위에 있는 나라이기때문에 이 기구내에서 우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WTO 출범의 세계사적 의미는 한두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큰 것이다. 우선 세계교역의 분위기변화와 규범강화라는 측면에서 세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교역의 분위기가 자유화쪽으로 성큼 다가섰다는 점이다. 즉 각국은 상품의 관세인하 및 무세화를 통해 기존의 관세장벽을 대폭 낮추어나감은 물론 회색조치등 비관세장벽도 크게 낮추게 되었다. 농산물분야에서도 각종 수량제한조치가 일단 예외없는 관세화로 투명화함으로써 단계적으로 장벽을 완화시킬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과거에 있었던 어떤 「라운드」보다도 자유화의 폭을 크게 넓힌 것이다.

 둘째, 종전의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집행권한이 WTO기구에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즉, 각국의 보호수단으로써 남용사례가 많았던 기존의 반덤핑·상계관세·인력수급제한 조치등을 함부로 발동치 못하게 했고 또한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분쟁해결기구(DSB)를 둠으로써 질서를 다져나가는데 실효를 거두도록 하고 있다.

 셋째는 역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에서의 규범을 이번 다자간협상에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상품분야보다도 교역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에 대해 일반규범을 만들어낸 것이므로 이것 하나만으로도 WTO의 광범위한 영역이 잘 설명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완전무결한 규범이라고는 볼 수 없겠으나 대부분의 주요쟁점이 어느정도 풀려 이 어려운 분야에서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세계경제사에 있어서 큰 획을 그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경제는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무역을 중심으로 대외지향적 발전전략을 수립해나가야 하므로 WTO의 신질서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변화라고 봐야 한다. 이는 앞으로 엄청난 도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새로운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기나름이라고 봐야 한다.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세계무대에서 당당한 실력을 보일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면 WTO는 우리에게 아주 귀중한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자유무역과 공정경쟁이 보장된다는 사실은 곧 실력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가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우리의 대응전략은 국가경쟁력을 제고시켜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집약된다. 그런데 문제는 마이클 포터교수나 오마에 겐이치씨등이 주장한대로 국가경쟁력이 단기간내에 좋아진다거나 어느 일부 계층의 주도적인 노력에 의해서 쉽게 제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그 국가 전체의 총체적 개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부문의 개혁은 현재 진행중이므로 우리는 기대의 시선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내걸고 능동적으로 세계속에 뛰어들어 세계경제 발전을 위한 주역의 하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정책적 의지의 표현은 WTO시대에 잘 부합되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정부내 각 기관이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한국이 더 이상 끌려가는 나라가 아닌 앞서가는 나라라는 새로운 국가적 이미지를 세우는데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담당한 가장 큰 몫이다.

◇약력

▲서울출신·54▲서울대 상대졸업 ▲미 UCLA 경제학석사 ▲미 텍사스주립대 경제학박사 ▲미클라크 및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 교수 ▲서울대 초청교수 ▲신경제5개년계획위원회위원 ▲한미 21세기위원회위원 ▲APEC저명인사그룹 한국측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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