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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왕」 현대적 재구성/「이디푸스와의 여행」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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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왕」 현대적 재구성/「이디푸스와의 여행」 무대에

입력
1995.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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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와 북·태껸 등 어우러져 그리스비극의 한국적 해석에 주력해 온 연출가 김아라가 「이디푸스와의 여행」(극단 무천)을 14일 무대에 올린다. 소포클레스 작 「오이디푸스왕」을 장정일의 「긴 여행」과 접합, 재구성한 작품이다.

 「긴 여행」과의 결합, 그리고 극을 이끄는 중심점으로 음악을 활용함으로써 우리에게는 낯선 그리스비극에 현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임동창의 피아노와 북, 태껸 동작의 어우러짐은 이 작품을 언어와 행동의 연극이기에 앞서 소리와 몸짓의 연극으로 만들고 있다.

 「긴 여행」은 기차에 무임승차한 남녀가 기차지붕에서 만나 검표원을 살해한 후 하늘로 바다로 끝없이 도망치는 이야기. 아버지를 찾는 소녀와 고고학자인 사내는 곧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두 사람이 부녀지간일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주어진다. 「긴 여행」의 살인과 근친상간이라는 요소가 그리스 고전속의 저주스러운 운명을 우리의 것으로 재현해 내는 매개가 된다. 기차승객, 왕의 신하등으로 등장하는 코러스는 때로 극을 관조하게 만드는 본연의 역할을, 때로 놀이마당의 놀이꾼 역할을 한다.

 『존재의 불확실함과 우연한 비극들은 끊임없이 윤회한다. 이 인생의 딜레마를 관조하는 눈빛으로 그리려고 했다』 김아라는 그리스비극을 무대화하려는 욕구는 십수년간 품어온 것이라고 말한다.

 극의 긴장과 정서를 이끄는 음악은 마치 판소리의 고수와 같다. 피아노와 북 장구 징에 맞춰 춤추듯 표현되는 이디푸스와 친아버지인 라이어스왕과의 싸움장면등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부분에 자연스럽게 삽입된다.

 특히 이디푸스왕과 조카스터왕비와의 섹스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탈을 쓴 두 사람의 우아한 태껸의 몸짓은 아름답기 때문에 모자상간의 잔인함을 더해 준다. 조카스터왕비의 역을 남자배우 남명렬이 맡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강조한다. 수천년을 넘나든 긴 여행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기차역으로 되돌아와서 끝난다. 14∼23일 하오 4시30분 7시30분(토일 하오 3시 6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 921―7165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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