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 메일의 범람속에서 1년에 두번 반가운 편지를 받는다. 주식회사 구족회화가 보내주는 이 편지는 연말에는 성탄카드 연하장과 함께 찾아오고, 엊그제같은 봄날에는 세월의 전령인양 전시회 초대장도 곁들여 날아든다. 구족회화(주)는 배미선(35)씨등 6명의 여성이 꾸려나가는 작은 회사지만 사업의지는 대기업 못지않다. 카드를 판매하기 때문에 명색이 회사지 자선단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선·후천적 질병, 사고등에 의해 두팔이 없어졌거나 양손을 못쓰는 구필, 족필화가들이 입과 발가락으로 어렵게 만든 작품을 카드와 달력등으로 상품화한다. 전화번호부 동창회 명부등에서 무작위로 고른「고객」을 상대로 우편판매를 하고 전시회도 열어 장애인 화가들의 자립기반을 돕는 윤활유를 마련한다.
구족회화(주)는 독일인 구필화가 에리히 스테그만이 56년 창설, 스위스옆의 조그만 나라 리히텐슈타인에 본부를 두고있는 세계구족화가협회의 한국지부이다. 현재 40여개국 4백여명의 회원들이 신체적 장애를 훌륭히 극복, 향기로운 예술의 꽃을 피우고 있다. 구족회화에 소속된 우리나라의 구필, 족필화가는 모두 14명이다. 며칠전 받은 편지에는 그들이 피와 땀의 물감으로 그린 6장의 예쁜 카드가 들어있었다. 「백합」은 함초롬하고 「봄나들이」하는 어미닭과 병아리가 평화롭다. 「튜울립」「들꽃」「장미」라는 제목의 카드에는 각고의 땀방울이 맺혀있다.
대금은 모두해서 6천5백원. 지로용지로 은행에 내면 된다. 원치 않으면 동봉한 요금별납봉투에「수취거절」이라고 써서 카드를 되돌리면 그만이다.
아직은 우편판매실적이 미미하고, 회수되지 않는 카드도 많지만 구족회화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는다. 오늘도 입과 발가락에 붓을 의지한채 당당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있기에. 김희정(34), 오순이(29)씨등 두 여성회원은 현재 인도 델리대학원과 중국 국립예술대에서 유학중이다.
연세대 법대생인 임용재(19)군은 여섯살때 교통사고로 두팔을 잃었지만 지금은 어엿한 화가다. 구족회화(02―568―7410)는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상갤러리에서 제5회 구족화가 작품전시회를 연다.
예비장애인인 우리모두 전시회에 가자. 가서 박수를 치면서 구족회화사람들을 따뜻하게 격려하자. 오는 20일은 제15회 장애인의 날이다.<사회2부장>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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