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중앙회의 환차손사건은 한국판 베어링스사 환투기사고로 우리 금융계와 기업 및 정부는 여기에서 환선물거래에 대한 값진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선물거래는 미래 일정시점에서의 가격예측에 따라 손익이 좌우되는 거래이므로 본질적으로 투기성이 내포돼 있다. 위험성이 따른다. 곡물·외환등이 주요 선물대상이나 요즘에는 주가지수·금리등도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통신의 발달과 선물상품의 개발등에 따라 선물거래가 양적으로 팽창하면서 다양화하고 있으며 투기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등 경제선진국은 물론 대다수 나라의 금융기업과 대기업들이 환차손의 예방뿐아니라 환차익을 얻기 위해 외환선물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추세다. 전통적인 예금·대출의 업무만으로는 큰 수익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 은행·단자·증권·보험·기금등 각종 금융자본들을 이 환선물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계는 환선물거래에 극히 미숙하다. 선물거래 상품을 개발, 전파시키기까지 하는 미국 월가의 세계적 금융회사들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은행·증권회사들은 아마추어중의 아마추어다. 올해처럼 국제금융시장이 하루에도 몇번씩 격동을 치는 광란의 장세에서는 더욱 손실을 보기가 쉽다.
우리나라 금융계도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게임하는 법을 터득해야 하고 선진금융제도와 체제 및 거래기법을 하루빨리 도입,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금융기관등 경제가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멕시코페소화의 붕락과 영국 베어링스금융그룹의 파산은 금융시장의 졸속한 개방과 무모한 환투기의 위험성을 경고해준 것이다.
이번 수협의 환차손도 영국의 베어링스사와 마찬가지로 내부통제가 없었다는 것이 화근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의 경우 딜러에 대해 개인별 또는 팀별로 투자와 손실한도를 설정, 손해가 일정한도를 넘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거래한 외환을 팔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위 이러한 환절매가 나중에 재앙이 될지 모르는 더큰 손실을 미리 차단하는 장치가 된다.
수협의 경우 임원들이 모르기도 하지만 담당 과장이 임의로 거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역시 우리 금융계로서는 아직까지는 안전장치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기력해서는 곤란하다. 외환선물거래에 대한 선진기법 습득을 등한히 해서는 안되겠다. 또한 규정에 따른 정당한 거래에 의해서 손실을 보는 경우에는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겠다. 우리는 금융선진화과정에서 수험료를 낼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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