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 금혼을 규정한 민법 809조1항을 폐지하자는 운동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김흥한변호사)와 「동성동본 금혼법 개정을 위한 당사자 모임」은 지난 10일 가정법원에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을 내고, 불복신청이 기각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발표했다. 30여년에 걸친 민간단체들의 줄기찬 폐지요구에도 불구하고 동성동본 금혼법이 오늘까지 존속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 때문이다. 까마득한 옛날, 신라나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상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고, 조상이 같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을 금한다는것은 법의 횡포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유림의 거센 반대가 두려워 개정요청을 외면해 왔고, 국회의 태만에 지친 개정운동 단체들은 이제 법원을 두드리고 있다.
유림세력은 우생학적 이유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을 내세워 동성동본 금혼법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동본 금혼은 우리의 미풍양속이 아닌 중국의 풍습이었고, 중국에서조차 사라진지 오래다. 유림세력들은 동성동본 금혼법 폐지가 마치 근친혼 허가인 것처럼 흥분하기도 하지만, 민법 815조는 엄연히 8촌이내의 결혼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혈통, 혈통하지만 몇대이상 다른 가문의 여자를 맞아 피가 섞이다 보면 가문이란 관념적인 가계일 뿐이다.
동성동본 금혼법은 이미 현대인들의 의식속에 사문화해 규범력을 잃은지 오래다. 그러나 막상 동성동본으로 사랑하게 된 남녀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은 주변의 반대에 부딪치고, 결혼해도 혼인신고를 할 수 없고, 자녀는 어느 한쪽의 사생아로 입적시킬 수밖에 없다. 그들은 비관하여 자살하기도 하고, 호적을 위조하여 결혼신고를 했다가 발각되기도 하고, 고민에 못이겨 결혼이 깨지기도 한다. 그 모든 비극의 이유는 단지 수천년전 조상이 같다는 것이다.
지난 78년과 88년에는 1년 한시의 혼인특례법이 제정되어 동성동본 부부들의 혼인신고를 받았는데, 1만7천쌍이 신고를 마치고 법적으로 인정받는 부부가 됐다. 동성동본 금혼법은 이미 두차례의 특례법에 의해 정면으로 부인된 바 있다.
대법원은 작년부터 동성동본 금혼법등 개정이 필요한 법들을 검토하고 있고, 국회 법사위에도 개정건의가 계류중인 상태다. 이제 남은 차례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고색창연하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그 법을 철폐하는 것이다. 특례법으로 구차한 대응을 하지 말고, 정식으로 그 이상한 금혼법을 들어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