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처리 한계로 체선급증… 엔고호기 활용장애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는 항만적체가 수출발목을 잡고 있다. 올들어 부산항과 인천항등 주요항만의 선박 적체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수출전선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모처럼 슈퍼엔고로 맞은 수출확대의 기회를 항만적체라는 복병때문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컨테이너화물의 96%(93년기준)를 소화하는 부산항의 선박적체는 우리 산업 전체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부산항만청에 의하면 지난 3월 부산항 최대의 컨테이너터미널인 자성대부두의 경우 입항선박중 12시간이상 외항에 대기한 선박비율을 나타내는 체선률이 39.3%를 기록했다. 91년5월 최신시설로 개장한 신선대부두도 3월들어 입항선박 1백11척가운데 14척이 평균 23.2시간씩 외항에서 대기하는등 12.6%의 체선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항의 선박적체는 최근 악화일로를 걸어왔다』면서 『그러나 자성대부두의 체선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성대부두의 경우 지난 92년과 93년에는 체선율이 4.9%와 3.6%에 그쳤으나 지난해 7.4%로 높아지면서 적체현상이 중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1월에는 평균체선시간이 40시간이었으나 점차 길어져 2월에는 44.5시간, 3월에는 53.7시간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외국선사들이 부산항 기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적체시간이 너무 길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항 외항에는 상시 10여척의 선박이 입항후 부두안벽에 접안하지 못한채 떠있고 남외항 묘박지(배를 댈 수 있는 해상)에는 수리등을 위한 장기정박선박을 포함해 70∼80척의 선박이 닻을 내린채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항 선박적체는 근본적으로 화물처리능력이 물량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다. 부산항을 드나드는 수출입물량은 컨테이너로 환산하면 90년에 2백27만3천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단위)에서 93년에는 3백23만2천TEU로 늘었다. 4년사이 무려 42%가 증가한 것이다.
기본적인 용량부족에 고베항의 지진에 따른 환적화물 증가, 과적단속강화등 부수적인 요인들이 선박적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항도 만성적인 적체로 폭증하는 수출입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이 들어와 평균 36시간이상 대기하는 것이 보통이고 대형선박의 경우 3∼4일간 외항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때문에 원자재를 수입해서 쓰는 국내업체들은 원자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수출업체는 납기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항만청산하 해운산업연구원은 최근 2001년이 되면 넘치는 화물로 국내 항만이 완전포화상태에 이르러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8년까지 부산항 4단계부두가 건설되고 제7부두가 확장되는등 항만능력이 늘어나지만 연간 예상 수출입컨테이너화물증가율 7.8%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주장이다. 이결과 2001년이 되면 항만시설능력은 4백43만TEU에 불과하지만 수출입물동량은 6백94만7천TEU에 달해 2백51만7천TEU의 항만 시설능력이 부족하게 된다는 주장이다.<박상준·이재열 기자>박상준·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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