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총리 불출마에도 태연/“특유 깜짝카드될것”관측만 무성 미로찾기 학습.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최근 여권핵심부의 서울시장 후보 정체를 쫓는 작업을 이렇게 표현했다. 뭔가 준비된 해답은 있는 것 같은데 길을 따라가다 보면 번번이 벽에 부닥친다는 얘기다.
특히 여권이 내심 마음에 두고 있던 이회창 전총리가 11일 불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힘으로써 후보의 윤곽은 한층 흐려졌다. 그가 『여당이나 야당은 물론 무소속으로라도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는 뜻은 불변』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이전총리의 입장표명에도 불구, 여권관계자들이 별로 개의하는 표정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반응이 이전총리의 입장을 이미 확인한 까닭인지, 아니면 당초부터 그를 영입하려는 생각이 없었다는 반증인지도 확실치 않다. 민자당의 김덕룡 사무총장은 심지어 『우리당이 특정인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여권의 인적 자원이 많아서 인선이 힘든 것일 뿐』이라고까지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고위당국자는 『민주당의 서울시장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여권의 카드를 알아내려는 작업자체가 헛일일 것』이라고 묘한 말을 던졌다. 민주당이 조순 전부총리를 영입하고 일본지방선거 결과에 고무된 박찬종의원이 시민연대 대표를 자임해 최소한 3파전구도가 예상되는데도 여권은 이처럼 지나치리만큼 느긋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고 거명되는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10일 상오 이홍구국무총리가 주말로 예정됐던 주례보고를 앞당겨 김영삼대통령을 독대한 이후 정가의 시선은 이홍구카드에 쏠리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관계자들은 『대통령 일정때문에 총리의 주례보고 일정이 변경된 것일 뿐』이라며 이같은 시선을 부정하고 있다. 항간에 나도는 정원식 전총리나 경선후보로 등록한 이명박의원에 대해서도 머리를 내젓기는 마찬가지다.
여권핵심부의 의중을 탐색하는 작업이 「미로찾기」라는 얘기는 이런 맥락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상 행정경험과 정치력, 도덕성과 지명도를 갖춘 후보상에 근접하는 인물군이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 현재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무게가 실리지 않는 것은 수수께끼라는 것이다. 다만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이홍구카드가 막판에 전격제시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며 이전총리에 대한 미련도 완전히 가셨다고 보기도 어렵다.
물론 여권관계자들도 고민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고민에서도 좀처럼 초조감을 엿보기는 힘들며 3파전이상의 구도로 굳혀지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더욱 앞서는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여권의 서울시장 카드가 현재 김대통령의 심중에 있든 없든 현단계의 연막은 후보부각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여권의 전략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며 그 결과도 김대통령 특유의 깜짝성 히든카드가 되리라는 전망이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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