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80엔선은 지켜야” 안간힘 ○…10일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이 도쿄(동경)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80.15엔까지 떨어지자 국내 외국환은행에는 대일(대일) 수출입에 관계된 기업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외환은행관계자는 『상오 내내 환율에 대한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아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며 『환율전망을 물어오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답을 해줄 수 없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국제외환시장 움직임은 「패닉(공황)현상」에 가깝다』며 『홍콩등 외국 금융기관에 문의를 하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환율향방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환율이 이처럼 급변하자 대외거래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물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의 환율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거래계약을 맺음으로써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들의 경우 외국계 은행들을 통해 이러한 선물환거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일거래가 많은 기업들은 엔화결제는 늦추고 엔화 네고(수출대금 결제)는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관계자는 『하루중에도 시장에서 엔화가치가 가장 높을때 네고를 하려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원화와 엔화의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금융결제원이 국제외환시장의 달러화―엔화 환율에 연동해 매일 고시하고 있다. 10일 현재 엔화와 원화의 고시환율은 1백엔당 9백17원79전. 그러나 월 3백만달러이상의 엔화거래를 하는 업체의 경우는 고시환율이 아니라 시장환율을 적용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엔고와 관련,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비는 전체적인 결제통화의 비중과 앞으로의 엔고지속 여부등에 대한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섣불리 엔화 보유비중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보유고의 통화구성비는 대외비의 성격이 있어 밝힐 수 없다』며 『다만 인도네시아나 필리핀등 엔화부채가 많은 나라의 경우 중앙은행이 엔화 보유비중을 늘릴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는 그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일 정부 대응/「불길」잡을 뾰족한 수단없어 전전긍긍
일본정부는 「슈퍼 엔고」의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마땅한 수단이 없어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일본정부는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가 10일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금주중 마련하라고 긴급지시함에 따라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빠르면 12일께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검토중인 대책은 ▲규제완화 조치의 대폭확대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 ▲고베(신호)지진복구등 대형국책사업의 조기발주 ▲엔화거래 절차의 간소화등을 통한 엔화 결제확대 유도 ▲관계국간의 협조강화 ▲수입확대 ▲일본은행(일은)에 대한 재할인율 인하권고등이다.
그러나 이중 어느 것도 엔고 불길을 당장에 끌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10일 엔화가 폭등한 이유도 특별히 기대할 만한 대책이 나올게 없다는 전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일은이 현행 연1·75%의 재할인율을 1%수준으로 낮추는 최종 카드를 검토중인 것에 유일한 기대가 걸려 있으나 미국의 동반 금리인상이 기대난이어서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들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미 정부 대응/“인위적방어 불가능” 고수 무대책 일관
미국은 달러화 하락에 거의 「면역」이 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주전부터 미언론들은 달러화 하락문제를 주요기사로 취급하지 않기 시작했다.
뉴욕의 금융가에서는 이미 지난주부터 달러당 80엔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다. 여기에는 달러화 하락이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불가피한 대세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도 없다. 지난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억달러를 투입해 달러방어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체 달러매매시장 규모가 1조5천억달러에 달해 웬만한 자금투입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현재로서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미국은 금리를 잘못 건드리면 국내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리인상은 되도록 피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달러화 하락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 가만히 앉아서 영업수익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뉴욕의 주가가 달러화 하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활황세를 보이는 데에는 이런 배경도 한몫을 하고 있다.<뉴욕=조재용 특파원>뉴욕=조재용>
◎국내 반응/외국환은행에 기업문의 빗발/엔화결제 늦추고 「네고」는 앞당겨/위험부담 줄이려 선물환에 관심
○…10일 전대미문의 엔화폭등에 일본열도는 충격과 경악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주말을 쉬고 이날 도쿄외환시장이 개장되자마자 시장주변에서 『일본은행(일본의 중앙은행)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달러화를 매입하려 하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루머가 급속히 퍼지면서 엔화는 수직으로 치솟기 시작했다. 다이이치강교(제일권업)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한때 엔화가 달러당 80·15엔까지 오르자 『공황상태』라며 넋을 잃고 경악했다.
엔화는 이날 개장직후 달러당 83.75엔에서 거래되다 곧바로 82엔대에 진입하더니 딜러들의 대량투매가 이어지면서 10시30분께 80.15엔까지 솟구쳤다. 개장 90분만에 지난주말의 종가 84.20엔보다 무려 4.05엔이 올라 사상 최대의 폭등진폭을 기록했다.
80엔선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은행이 달러화 매입과 엔화 매각에 전력투구, 하오 4시께 간신히 82엔선으로 되돌려 놓았다. 엔화는 이날 시드니 외환시장에서도 개장하자마다 달러당 83.35엔으로 거래돼 전후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엔화폭등에 대한 원인분석은 여러가지가 나오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 사쿠라은행의 한 직원은 『미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당분간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를 올릴 가능성이 없는 것이 달러투매를 부추겨 엔화 폭등의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본통일지방선거에서 무소속후보가 도쿄와 오사카지사선거에서 승리하는등 정치적 불안요소도 이번 사태에 가세한 것으로 분석됐다. 엔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권 중앙은행들이 달러화를 대량 매각한 것도 엔화 급등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대장성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달러화 폭락을 방치하고 있다』며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다케무라장관은 또 『일본정부는 이번주 후반에 엔화 폭등을 막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소식통들은 일본이 이번주내로 재할인율을 0.75%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가 80엔선에 접근하면서 일본제품의 수출에 적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주에 현지공장까지 가지고 있는 일본자동차 메이커를 제치고 지난 2월 한국의 현대 소형 엑센트승용차가 판매 수위를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일본이 엔고·달러하락의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제 달러당 70엔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딜러들은 『달러화가 80엔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은행의 한 직원은 『80엔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일본정부등이 총력을 기울여 달러화폭락과 엔화폭등세에 제동을 걸겠지만 70엔대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도쿄=이재무·황영식 파원>도쿄=이재무·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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