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비상으로 4월이 시끄럽다. 요즘 시골에선 소방서, 읍·면사무소등에서 비상사이렌소리가 목이 쉬도록 울려나오고 의용소방대 민방위대원, 공무원들이 황급히 출동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전시상황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올봄 산불로 인한 상처는 너무나 크다. 수십년 애써 조림해 키운 막대한 양의 수목들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돼버렸고 진귀한 야생식물들이 수없이 사라졌다. 자연교환의 매개인 곤충과 산새들도 숱하게 희생됐다. 자연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간의 값진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올 4월엔 유난히 대형산불이 많다. 이달들어 10일 현재 전국에선 산불이 1백40여건 발생해 4백㏊, 1백20여만평을 태웠다. 열흘안쪽에 여의도면적(2백55만평)의 절반 가까이를 태워먹은 셈이다. 산림청에 의하면 작년동기의 2배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금년에는 긴 가뭄으로 화기가 기승한 탓인지 예년보다 더 많은 산불이 났다. 올들어 지금까지 난 산불은 4백여건으로 피해면적이 7백㏊에 가깝다. 얼마 안가 지난해 총계(4백33건 7백81㏊)를 능가할 판이다.
봄철엔 원래 산불이 잦다. 날씨가 매우 건조하고 마른 바람이 부는데다 행락객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성묘철도 끼어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산성비때문에 낙엽이 산성화해 썩지않고 쌓여 산불이 더 잘 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잦은 산불의 주된 책임은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무지한 사람들의 방심이나 순간의 실수가 엄청난 피해를 주고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지자제, 선거대비등 할 일이 태산같은 마당에 일부지역에선 공무원 절반이 산불예방순시에 나서 행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임한 3개월시한의 시장, 군수가 불냈다고 또 경고를 받았다. 아직도 우행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산불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한다. 하층의 공기가 강하게 가열되면 불안정한 공기덩어리가 생겨 하늘로 솟아올라 비구름을 생성케 한다는 물리적 원리를 빗댄 말이다. 그말대로 산불 뒤에 많은 비라도 와 산불도 막고 여전히 남아 있는 가뭄의 우려도 씻고 골칫거리 황사바람도 털어내 주었으면 좋겠다. 무성한 화기를 잠재우는 비를 기대해 본다. <전국부장>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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