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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경찰 “못살겠어요”/범죄 흉포화… 살인 뉴욕보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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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경찰 “못살겠어요”/범죄 흉포화… 살인 뉴욕보다 많아

입력
1995.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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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쥐꼬리인데 언론선 질타만/고물차 비웃듯 마피아지프 “쌩쌩” 모스크바경찰들은 요즘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범죄가 갈수록 흉포해지고 치안수요가 급증하는데도 인원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노후한데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고 생명에 대한 위협마저 크기 때문이다. 또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조직범죄단과 경찰의 결탁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등 부정부패와 비리만을 폭로, 경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수도이자 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인 모스크바는 구소련시절 전세계도시중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혀왔다. 당시 경찰의 주임무는 술취한 행인들을 보호조치하거나 교통사고 처리, 군중동원행사의 질서유지등 뿐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과 함께 각종 범죄가 독버섯처럼 번지게 됐다.

 조직범죄단인 마피아들간의 「전쟁」은 물론 마약, 납치등 강력사건부터 청소년범죄까지 온갖 형태의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밀리시야」(일반경찰) 「가이」(교통경찰) 「오몬」(특수경찰)으로 구성된 모스크바경찰은 최근 민간인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일종의 방범대원격인 「무니시팔」까지 치안유지에 동원하고 있다.

 경찰관중 상당수는 최근 치안수요의 폭증으로 격무에 시달리는데다 박봉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퇴직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보수가 후한 보디가드회사나 안전회사, 사립탐정사무소등에 취업하고 있다. 경찰의 평균월급이 미화 80달러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굳이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해 가면서 근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지난해 모스크바시에서만 1천8백20건의 살인사건(93년 1천3백53건)이 발생했고 범죄자에 의해 희생된 경찰관 숫자도 16명이나 됐다. 이는 범죄도시로 유명한 미뉴욕시의 지난해 살인사건 발생건수(1천5백81건)와 숨진 경찰관 숫자(1명)보다도 훨씬 높은 기록이다.

 경찰의 장비 또한 범죄자들을 체포하기에는 태부족이다. 경찰순찰차는 러시아제 지굴리로 최대시속 1백정도밖에 되지 않는 반면 범죄자들은 최신형 외제 지프나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 경찰에는 칼라쉬니코프기관총과 권총등이 지급되지만 이 또한 군용이라 도시에서는 사용이 적합하지 않은 반면 범죄자들은 이스라엘제 우지등을 사용한다. 또 범죄자들은 암시장에 가면 소음권총은 미화 6백∼7백달러, 7.62㎜기관단총은 1천2백달러에 쉽게 구입할 수 있어 화력면에서도 경찰을 압도하고 있다.

 경찰서에는 범인신상이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는 형편이며 현재의 성능이 나쁜 단파무전기를 휴대용 셀룰러폰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인을 체포해도 「거짓말 탐지기」의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수사에 애로를 겪는다.

 만연된 경찰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폭로되면서 시민들의 불신을 사는 바람에 범죄나 범인에 대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교통경찰의 경우 음주나 무면허운전자를 적발하고도 뇌물을 받고 적당히 봐주고 있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때문에 일반경찰들이 수입이 좋은 교통경찰로 근무키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러시아정부는 수도치안이 이처럼 불안하자 타지역보다 더많은 예산을 모스크바시에 배정하는등 범죄소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별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력을 보완하지 않을 경우 모스크바가 최악의 범죄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 시당국이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둘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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