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한 영상추구「피의 장인」/의사아버지 시술보고 유혈 공포에 매료/작품 기복심해…「 칼리토의 길」로 회복세 브라이안 드 팔마(BRIAN DE PALMA·54)는 피의 장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프란시스 코폴라등과 함께 70년대 등장한 신흥 영화귀족의 한 사람인 그의 영화는 대부분 피로 얼룩져 있다. 드 팔마는 어렸을 때 정형외과의사인 아버지가 수술하는 것을 보고 유혈과 공포에 매료됐다고 한다. 드 팔마의 피범벅 테크닉은 그의 영화로서는 매우 점잖고 질좋은 범죄영화 「언터처블스(UNTOUCHABLES·87년)」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언터처블스(매수되지 않는 법집행자라는 뜻)중의 한 사람인 시카고 경찰 제임스(숀 코너리)가 카포네부하들의 총알세례를 받고 피를 쏟으며 천천히 죽어가는 장면은 끔찍하다 못해 역겨울 지경이다.
금주령시대에 밀주제조로 치부를 하며 시카고를 주름잡던 「스카페이스」 알 카포네(로버트 데 니로)와 그를 체포하기 위해 조직된 특수반 반장 엘리엇 네스(케빈 코스너)등 정예팀 간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59년부터 63년 사이에 인기리에 방영된 동명 TV시리즈가 원전이다.
드 팔마 특유의 화려한 촬영과 퓰리처상 수상자인 데이비스 매멧의 잘 쓴 각본, 또 힘찬 연기(숀 코너리가 오스카조연상 수상)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풍성한 음악등이 잘 어우러진 에너지 가득한 오락영화이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드 팔마의 기술적 우수성은 칭찬하면서도 이 영화가 사실을 완전히 무시한 단순한 영웅찬양론이라고 비판했다. 과다한 유혈과 폭력도 비난을 받았다.
드 팔마는 선배감독들의 스타일을 잘 빌리기로 이름난 사람이다. 이 영화 마지막에 슬로모션으로 진행되는 기차역 구내 계단에서의 총격전은 러시아의 거장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의 무성영화 「전함 포템킨」의 오데사계단 대살륙장면을 그대로 차용한 것.
컬럼비아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다 연극에 끌려 대학극단에 가입한 드 팔마는 16㎜카메라로 단편들을 찍으면서 영상매체와 인연을 맺었다. 60년대 후반의 두 작품 「인사말」과 속편 「하이 엄마!」를 만들 때만 해도 드 팔마는 실험정신과 의식이 강한 감독으로 자리매김되는 듯 했다.
그러나 스릴러 「자매들」로 70년대초부터 시작된 「히치콕 국면기」에 접어들면서 드 팔마는 통속적 감독으로 돌아왔다. 그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히치콕을 표절하고 모방했다.
정상적 분위기 속의 위협, 주인공 신원의 혼란, 갑작스런 충격, 블랙유머와 관음증, 여성혐오증에 이르기까지 히치콕의 주제와 이미지를 도용했다. 그의 많은 히치콕 모조품 중에서 호평을 받은 것은 「살인을 위한 치장」하나 뿐이다.
작품솜씨의 기복이 심한 드 팔마는 「언터처블스」와 베트남전 영화「전쟁의 사상자들」로 수준을 높이는가 했더니 또 다시 「허영의 모닥불」과 「케인 키우기」같은 졸작을 내놓아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어 나온 범죄영화 「칼리토의 길」로 그는 현재 회복세에 접어든 상태다.
대담하고 눈부신 시각미를 구사하는 드 팔마는 스타일이 내용을 압도해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 만족을 주는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술가라기보다는 기술자라는 말이 어울리는데 그래서 재주가 아깝다는 말을 듣고 있다.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이면서도 스타일이 너무 야해 비평가들이 싫어하는 감독 중의 하나다. 그의 아내는 「터미네이터」시리즈를 비롯해 액션영화를 많이 제작한 게일 앤 허드(39)이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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