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사실상 내정하고 청와대등 여권도 대응카드 물색에 본격적으로 나서 조만간 서울시장 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를 조짐이다. 특히 야당이 조순 전부총리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각도의 이벤트를 준비중인 것과 달리 여권은 후보윤곽을 감춘채 당분간 소걸음전략을 계속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여권/「비장의카드」 이미마련설/“수월한게임… 선택폭 넓다”느긋
서울시장후보문제에 관한 여권의 자세가 조금 달라진 것같다. 아직까지 뚜렷한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이전까지의 곤혹감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기류변화는 민주당이 조순 전부총리를 서울시장후보로 압축한 이후 두드러져 여권이 「비장의 카드」를 이미 손에 넣고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자아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방자치단체장후보 공천에 관한한 모두 민자당에 일임했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지만 표정은 전과 다르다. 당초 청와대는 한때 야당이 정치인출신을 서울시장후보로 내세우리라고 전망했다가 행정가형인 조전부총리 카드가 나오자 다소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김영삼대통령이 표방한 「살림꾼」 「일꾼」의 논리에 맞춘 인물을 야당이 먼저 선보임으로써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조전부총리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권으로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나 여지가 넓어졌다』며 홀가분해하고 있다. 여권에서 조전부총리와 겨룰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동안 서울지역에서 여권의 지지도가 높지않다는 점, 후보영입작업이 부진하다는 것등으로 인해 서울시장선거에 관한한 여권내에 비관적 분위기가 짙었으나 이제는 달라졌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여권의 이같은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청와대측은 조전부총리의 대중적 지지도가 알려진 것만큼 높지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야당이 조전부총리를 내세우기 이전에 실시했던 여론조사결과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운데 조전부총리를 상대로 하는 경우가 가장 수월한 게임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야당이 왜 처음부터 조전부총리에 집착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정작 여권의 후보문제에 관해서는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대처할뿐』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다만 「기다리며 지켜본다」(WAIT & SEE)의 자세에서 「기다리며 찾고 있다」(WAIT & LOOK)는 쪽으로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측근인사들도 『김대통령은 현재 관심의 대부분을 국내정치문제가 아닌 경수로문제의 해결에 쏟고 있다』면서 여권핵심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또 『서울시장후보에 관해서는 여권의 고위인사들이 뛰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더해주고 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야권/조순영입 바람몰이 태세/공정경선·당내반발무마 과제
민주당은 조순 전부총리의 영입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모양갖추기 수순에 들어가는등 본격적인 바람몰이에 나설 태세다. 선비적 색채와 행정경험을 겸비한 조전부총리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켜 서울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고민도 적지않다. 당내의 서울시장 후보주자들이 조전부총리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경선참여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지부장인 박실의원도 『당헌당규상 경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동교동계 역시 당내 분위기상 경선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조전부총리의 영입교섭과정에서 경선수용을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전부총리도 최근 『민주적 절차를 거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일단 경선자체는 별 논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선분위기의 과열과 주자들간 흠집내기로 후보의 이미지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다. 동교동계는 조전부총리에게 가급적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의 이미지를 살려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동교동계는 이기택총재측과 협력해 대세를 조전부총리쪽으로 몰아간다는 방침이다.
이런 전략위에서 동교동측은 『어떤 사람이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지 대의원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경선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다분히 「김심」(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의중)이 어디에 있음을 암시하는 낙관론이다.
하지만 서울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상당한 기반을 구축한 조세형 부총재가 동교동계의 바람몰이에 강력히 반발하고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부총재는 공정한 경선을 내세워 김심의 엄정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조부총재는 8일 김이사장을 찾아가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여차직하면 김심의 개입을 강력히 물고늘어질 태세이다.
이철의원도 『경선에 끝까지 임할 생각』이라고 선언하고 대의원들과 맨투맨 접촉을 통해 기반을 넓히고 있다. 당지도부가 외부인사을 영입하면 사퇴하겠다던 홍사덕의원은 『경선판이 벌어지면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경선에 뛰어들 채비다. 그러나 홍·이 두 의원의 경선의지는 조부총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사실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막판 대세를 따라 조전부총리쪽으로 힘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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