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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교실이 되려면/이성춘(일요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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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교실이 되려면/이성춘(일요시론)

입력
199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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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원천이자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실이요 교육장이다』 영국의 정치가였던 제임스 브라이스경의 이 말은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갈파한 명언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오늘날 서구의 민주발전은 활발한 지방자치가 모체가 되었음은 잘 알려진대로다. 지방자치가 없는 민주주의―민주정치는 한낱 가공이자 모래위의 집이라는 얘기가 된다.

 돌이켜 보면 건국이래 우리는 47년동안 신통하게도 지방자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소위 민주정치라는 것을 펼쳐왔다. 하기야 1952년과 56년, 60년에, 그리고 4년전 부활된 것을 합하면 햇수로는 13년여동안 지방자치를 실시한바 있다. 그나마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고 정당간의 대결의 또하나의 계기로 활용되었으며 더욱이 60년 3대를 제외하고는 지방의원만을 선출하고 단체장은 중앙에서 임명하는등의 반쪽지방자치가 유지됐었다.

 이같은 반쪽지방자치, 또 그것마저 장기간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정치가 늘 불안정과 변칙 파행 구태로 얼룩진 것은 당연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프랑스 영국 미국등의 지방자치현황을 둘러보면서 그들의 앞선 민주정치가 결코 손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며 저마다 1백∼1백50년에 걸쳐 지속해온 탄탄한 지방자치라는 발판이 있었기 때문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레종(주격) 데파르망(도), 코뮨등에 버젓이 중앙정부가 임명한 지방장관과 장관대리가 파견되어 공공질서와 치안, 도로와 교량관리, 교육등을 관장하고 자치단체의 행정을 감독한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는 조금도 위축됨이 없다. 6년임기의 시장·읍장과 각급 지방의원등을 중앙의 유명한 정치인들이 겸임하는 것도 이나라만의 특징이다. 요즘 대통령선거에 있어 인기1위를 달리는 자크 시라크의 경우 하원의원 향리인 코르즈시장 파리시장 8구구청장 시의원등을 겸하고 있고 다른 정치인들도 5∼6개 의원직을 맡고 있다. 이들은 시장과 하원의원·장관직을 주업으로 하고 1∼2주에 한번씩 주말에 한바퀴 돌며 실제 의회와 집행부를 맡은 부책임자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다. 주민들은 명사들의 겸직을 오히려 원한다. 고장의 위상을 높이고 예산등 지원들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카운티, 블로우, 디스트릭등 각급 지방행정을 의회가 주도한다. 의회가 시장, 또는 수석행정관과 참모들을 뽑아 살림을 맡기고 감시·감독하는 방식이다. 의원들은 동네주부서부터 변호사 교육자등에 이르기까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회의는 주로 밤에 갖는다. 주민을 위한 철저한 봉사자세다.

 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각주와 일부 시를 제외하고는 정당개입 없이 자치를 펼치고 있다. 자치방식은 주·시와 고장마다 다르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의 경우 인구 9백30만명의 큰 군임에도 5명의 행정감독관이 교대로 수석을 맡아 살림을 지휘한다. 반면 인구 3백60만명의 로스앤젤레스시는 시장과 15명의 의원이 병립해 있다. 필자가 LA시의회를 방문했을때 마침 시재개발문제를 논의하고 있었고 특히 주민들의 발언을 허용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런던에서 1시간거리의 엘럼브리지군을 찾았을때 수석행정관인 변호사 출신의 데이비드 젠킨스씨는 『의회가 열릴때마다 살림을 따지는 의원들로부터 혼이 나고 있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들 선진국들의 지방자치는 한결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지방선거는 참다운 주민의 심부름꾼을 뽑는 행사이고 불법과 부정선거 과열선거는 상상도 할 수 없으며 일단 뽑히면 성실한 자세로 직분을 다하고 특히 단한푼의 낭비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 지역발전과 주민의 건강·교육·환경등 편의의 효과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의 지방의원들이 집단으로 해외여행을 한다는 얘기는 부럽기만 하다』고 한 영국 구의회협의회의 로저 차터부책임자의 지적은 얼굴을 뜨겁게 했다.

 가는 곳마다 선진 지방의회와 행정책임자들은 한국지방선거가 벌써부터 요란한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벌써부터 공천과 사전불법운동으로 소연한 지방선거열풍은 벌써부터 선진의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구성된 의회와 선출된 단체장들이 얼마나 생산성 있는 경영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우울해진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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