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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의 행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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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의 행진(사설)

입력
199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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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고,달러저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도대체 국제경제의 기축통화인 미국달러화의 값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전무한 한국경제로서는 황파에 내맡겨진 돛단배같이 불안하다. 물론 우리뿐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아시아, 중·남미등 제3세계경제권외에도 유럽연합(EU)의 대다수국가, 북미권, 일본등 선진경제권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진경제권은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달러화의 가치 폭락을 진정시킬 수 있다. 그리고 지금같은 극도로 유동적인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고도의 시장거래기법을 통해 외환시세의 격변에 따른 환차손의 피해를 줄여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점에서 제3세계경제권국가들처럼 환차손의 위험에 완전 노출돼 있다.

 엔화에 대한 미달러화환율은 7일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3·6엔까지 폭락했다. 올해들어 미달러화가 15·5%나 평가절하된 것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80엔까지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미국·일본·독일등 G7 국가들의 믿을만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는한 엔고, 달러저의 사태는 지속될 것이다. 미국·독일·일본등 3대경제대국은 상호이해관계가 엇갈려 쉽게 공동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한국으로서도 엔고·달러저의 가속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동차·반도체·조선같은 일본과의 경합산업 및 제품은 엔고혜택을 계속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 원화의 미달러화에 대한 환율 역시 지속적으로 절상되고 있어 일본에 대한 경쟁력우위가 반감되고 있다. 특히 선박의 경우 달러화로 계약되므로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손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일수입은 기계류등 설비와 원자재및 반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 품목들은 수입대상을 손쉽게 바꿀 수 없어 엔화절상의 부담전가를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으로의 엔화차관은 앉아서 상환부담이 그 만큼 커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려되는 것은 다케무라(무촌정의)일본대장상이 시사했듯이 일본수출대금의 엔화수취비중제고다. 한국의 대일수입액중 엔화결제비율은 60%다. 이것을 급격히 높인다면 부담은 늘 수밖에 없고 그것은 다시 수출가격과 국내판매가격으로의 전가를 불가피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금융시장을 좌우할 수 없는한 우선 금융차원에서는 우리의 낙후된 금융제도·체제를 선진화, 환차손의 감축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산업과 통상에서는 대일수입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모두 중·장기적인 대책이다. 금융선진화는 계획대로 추진중인데 선별적으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 대일수입의존도감축 문제는 오랜 현안문제이나 구호로 끝났다. 재도전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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