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호황과 달리 대일수입 내수중심 변화/수출증대 앞서 물가상승등 우려 엔고가 예측불허의 급격한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엔고효과를 극대화하고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우리기업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정부가 자국 수출상품에 대한 엔화결제 비중을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엔고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의 엔화와 원화의 환율결정방식(이른바 재정환율)에 의하면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오르는 한 원화에 대한 엔화가치도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다. 외환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를 사들일 만한 요인은 거의 없어 달러약세·엔화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8일 낸 관련자료에서 『당분간 80엔을 마지노선으로 83∼86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들어 엔화강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행돼 왔다. 지난해말 1백엔당 7백90원68전이던 것이 8일 9백19원55전으로 14.0%나 올랐다. 지난해 한해동안 8.6% 오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이같은 「슈퍼 엔고」는 지금까지 우리경제에 청신호로만 받아들여져 왔다. 해외시장에서 일본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최근들어 급격한 엔고현상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엔고의 과실을 따기도 전에 그 부담에 짓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나라의 대일수입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입규모는 2백53억9천만달러. 이중 수출용 원·부자재의 수입은 88억3천만달러로 34.8%인데 반해 내수용 물품은 1백65억6천만달러로 65.2%에 달했다. 수출용 수입의 경우는 엔고의 부담을 수출을 통해 전가할 수 있지만, 내수용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내 물가상승이라는 형태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엔고호황을 한껏 누렸던 지난 88년만 해도 대일수입품중 내수용의 비중은 51.2%에 불과했다. 우리 경제의 엔고부담이 지난 88년의 엔고때보다 그만큼 더 무거워진 것이다.
여기에 일본기업들이 엔고의 부담을 무역상대국에 떠넘기기 위해 수출(우리 입장에서는 수입)대금의 엔화결제비중을 늘리려 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경제연구소는 『80년대 후반 엔고호기에 우리기업들은 가격경쟁력 향상에만 안주, 기술개발과 구조조정을 게을리했다』며 『엔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 선물환등 선진 금융기법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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