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개도국 입장차 확인만/“온난화 책임 선진국 먼저 이행해야”/77그룹/실천의지 회의적… 역할분담만 주장/미·EU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규제는 이제 인류의 심각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92년 리우환경정상회의는 「200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지난 90년수준으로 억제한다」는 대원칙을 설정했다. 이 원칙의 실행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열린 베를린기후회의가 7일 폐막한다.
예상대로 회원국들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구체적인 합의는 볼 수 없는 형국이 되고 있다. 각국은 리우환경회의의 합의내용만 되뇌였을 뿐 미국과 유럽연합(EU)등 선진국과 77그룹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이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선 미국과 EU등은 이산화탄소규제와 관련, 선진국의 감축으로는 협약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므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선발개도국도 의무적으로 감축 공약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선·후진국 공동이행」안이다.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이같은 주장이 책임을 분담시키려는 의도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온난화등 세계기후변화가 초래된 것은 선진국의 무분별한 화석연료 남용에 기인한 만큼 선진국이 먼저 이산화탄소를 줄이라는 게 개도국의 주장이다. 따라서 77그룹을 앞세운 개도국진영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선진국들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전제 아래 이산화탄소방출량의 90년수준 동결은 물론 2005년까지 다시 20%수준의 배출감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05년까지는 개도국의 역할분담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선진국보다 뒤늦게 산업화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경제개발을 늦출 수 없다는 개도국의 절박한 상황인식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가장 곤혹스런 입장에 빠진 것은 세계 최대의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이다. 온난화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에 밀려 회의에 참석하고 있지만 미국의 태도는 시종 미온적이다. 2000년이후의 이산화탄소감축일정 설정자체를 반대하면서 선발개도국의 역할분담론만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측은 개도국들의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기술 도입을 주장, 자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환경 산업기술만 세일즈하고 있다는 비난마저 사고 있다.
EU는 이미 자체적으로 차세기초반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내부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EU국가들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이 90년수준보다 이미 10%이상 증가된 점을 들어 EU의 실천의지에 회의를 표시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같은 선진국이라도 미국과 EU가 입장차이를 노정하듯 개도국 진영도 한 목소리만은 아니다.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소속 36개 국가는 이산화탄소 방출억제에 사활을 건 외교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반면 산유 국들은 석유수요의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회원국들의 엇갈린 이해를 총합해야 하는 이번 회의에서 기후협약의 연장과 이산화탄소의 방출량억제 목표치 설정, 협약위반국 제재등 실제적 조치를 기대하기에는 당초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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