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 시설 갖춘곳은 전국에 10곳도 안돼 “창작의 그늘” 공연장이 모자란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공연예술가들이 요즘 부쩍 자주 하는 말이다. 젊고 기량있는 예술가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무대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음악의 경우 한해동안 각종 연주장에서 1천7백회 정도 공연이 열리는데 이 숫자는 실제 공연수요의 절반수준이다. 공연장으로 애용되는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의 봄·여름 대관신청은 10대 1의 경쟁을 거쳐야 할 만큼 어렵다. 이들 두곳 외의 쓸만한 공연장도 대관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연극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용극장이 없는 각 극단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극장대관이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며 한 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하는 극단은 다른 극단의 부러움을 사게 된다. 영세한 극단이 오랜만에 히트작을 내놓고도 대관기간이 짧아 어쩔 수 없이 막을 내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극장도 극장답지 않은 곳이 많다.
무용의 공연장난은 특히 심하다. 무용계인사들은 『우리나라에 무용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면서 무용이 천덕꾸러기나 다름없다고 단언한다. 『각 공연장이 구색맞추기로 무용공연을 끼워 넣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화체육부의 94년 통계에 의하면 전국의 크고 작은 무대예술공연장은 1백20군데. 이중 45%인 54군데가 서울에 몰려 있다. 그나마 「명실공히」 공연장으로 부를 수 있는 곳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국립극장이 36개, 시립극장이 85개, 각종 공립극장이 93개나 되는 일본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예술인들은 공연장 부족을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참 의미와 사회적 역할을 깨달아 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머리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한상우씨는 『공연활동은 예술을 창조하고 형상화하는 작업이며 국민이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창구』라며 『대형극장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공연에 적당한 중·소형 전문공연장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이상만씨도 『지금부터라도 건물을 신축할 때 무대예술공간을 배려토록 하는 등의 법적 제도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연극학회 회장인 김문환서울대교수는 『공연예술이 적자를 면할 수 없음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 기업의 문화공간 확충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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