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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현길언·김원우 「한라산」·「안팎에서 길들이기」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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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현길언·김원우 「한라산」·「안팎에서 길들이기」펴내

입력
199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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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역사에 던지는 치열한 질문/제주 4·3사태 집요한 추적 대하소설 「한라산」/우리시대 속물화된 세태 해부한 중편 「안팎에서…」 역사를 입에 올리기가 진부해진 시대, 부황한 의식과 행태가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시대. 모두가 쉽게 사는데만 익숙해져가는 이 비속한 시대에 중견작가 현길언(56) 김원우(48)씨가 시대와 삶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주가 겪었던 비운의 현대사를 집요하게 소설로 다루어 온 현길언씨는 「4·3사건」을 소재로 9권짜리 대하장편을 쓰고 있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먼저 3권으로 나온 「한라산」 1,2부에는 제주도를 유례없는 격동으로 이끌었던 이 사건 직전까지의 시대상황이 담겨 있다. 2차대전이 끝나기 전 일본이 본토사수를 위해 제주도를 교두보로 설정하고 약 7만명의 병력을 제주도에 배치하던 시기부터 해방기를 거쳐 47년의 소위 「제주 3·1사건」까지를 배경으로 정치의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일그러져간 제주민들의 삶을 다루었다.

 9세때 겪었던 실제 경험과 광범한 현장조사·자료에 바탕해 사실기록을 병행한 이 작품 첫 부분에는 해방후부터 좌파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지식인 김상구 최인택이 중심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제주에 뿌리박은 인물들이 아니었고 그래서 사태가 악화하자 섬을 빠져나간다. 작가의 표현대로 역사의 주변부에 있으면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죽어갔던 제주토착민들의 역경은 3부와 그 이후 작품에서 그려지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쓰면서 『사태의 원인이 미일소 강대국의 패권주의의 부산물임을 상기할 수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 사태가 단지 한 지역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인간역사의 한 전형으로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확신도 얻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 김원우씨는 같은 출판사에서 3편의 중편을 묶어 「안팎에서 길들이기」라는 작품집을 내놓는다. 냉소적 시선으로 우리 시대의 속물화한 삶을 해부해온 작가는 작품 속에 한결같이 소설가를 등장시켜 그들의 입을 통해 물화한 인간관계와 줏대도 비판도 없이 살아가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표제작 「안팎에서 길들이기」는 1인칭 화자와 그가 쓰는 소설 속의 인물 최재술이 교차하면서 잘 배운 지식인의 허위에 찬 모습과 아픈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왔지만 이제는 상해가고 있는 중산층가정의 불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80년대 대학시절 야학에서 만난 후배와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는 최는 전직 시간강사요, 비밀과외교사, 논문준비연구생, 시인 겸 소설가이자 자발적 실업자이다. 「온통 우중충하고 별도 없는 시커먼 밤같은 그딴 과거가 무슨 소용있느냐」면서 「한쪽 세상만 봐온 그 까막눈시절이 얼핏 떠오르면 부끄럽고 참담해진다」는 아내, 속물적 행태만을 보이는 처가와 일종의 의사불소통의 관계를 어영부영 꾸려가는 그와 작가인 화자의 눈에는 세상이 「돈의 다과에 따라 삶의 질의 고저가 보장」되거나 「넘실거리는 풍요에 정비례하는 불특정 다수의 성적 도발」로 가득한 곳으로 비친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건실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잠시 잠시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먹고 사는 우리의 모든 인간관계에 유독 나 혼자만 치이고 있다는 피해망상」을 가진 그들의 의식을 통해 작가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저속한 정신과 천박한 욕망이 뒤엉킨 시궁창으로 읽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들 속에서 『풍속사, 가족사라는 외형 속에 시대에 대한 결곡한 비판을 담아내고자 했다』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유의 힘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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