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종교단체 난립… 건강·성공기원 『있으면서도 없다』
일본의 종교를 놓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종교가 있느냐고요. 글쎄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일본에는 온갖 신과 종교가 다 있지만 일본인들이 특정종교에 매달리지는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일본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한 이후 아직 한번도 종교별 신도수등에 대해 공식조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지 종교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신도수를 파악해 내놓은 통계(93년 종교연감)에 의하면 전체 신도수가 일본 총인구의 두배에 가까운 2억2천여만명이다. 그중 신도계가 53.8%, 불교계가 40.4%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어느 종교건 교단이 통일되어 있지도 않고 각 진자(신사)와 절등 개별법인을 포함해 18만여 종교단체가 난립해 있다. 다중종교의 단면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자료다.
일본인들은 『결혼은 진자나 비용이 적게 드는 교회에서 치르고, 정월 초면 진자에 참배하고, 죽어서는 절에서 장례식을 한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종교를 받아 들인다. 그래서 우리처럼 내세를 기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른 신을 배타시하는 유일신교인 크리스트교(0.7%)가 상대적으로 약한게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일본인들은 절을 찾으면 건강에 좋다는 향불연기를 몸에 쐬고 불당앞에 놓인 사이센바코라는 상자에 동전을 던져 넣으며 소원을 빈다. 그 소원들은 바로 눈앞에 닥친 자신과 가족들의 중대사이거나 건강이다. 일요일 어린 손녀를 데리고 도쿄(동경) 아사쿠사(천초)에 있는 센소지(천초사)를 찾은 에아마(강천·63)할머니도 1백엔짜리 동전을 던져넣으며 『올해 소학교에 들어간 손녀가 건강하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해달라』고 빌었다.
진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도쿠가와(덕천)가의 수호신을 모신 도쿄 히에진자(일지신사)에도 한쪽켠에 「와세다(조도전)대 반드시 합격, 촌전고언」 「사법고시 필히 합격 94년7월4일」등이 적힌 원의라는 나무판이 수백개씩 걸려 있다.
일본의 어느 절, 어느 진자에 가도 이같은 풍경은 낯설지 않다. 불상도 「전문화」해 있다. 신체건전, 가내안전을 들어주는 불상이 있는가 하면, 아사쿠사 센소지의 부동존처럼 교통안전과 재난방지를 맡은 불상도 있다. 진자입구에 펄럭이는 붉은 깃발도 어김없이 「사업번창, 노무라상점 4월길일에」등이 적힌 기원들이다.
아이들이 7, 5, 3세가 됐을때 절에서 불공을 드려야만 건강하게 자란다며 요란하게 선전하는 소위 「칠오삼, 코도모(자공)」 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연말이나 연초 각 절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한 TV광고까지도 한다. 그렇지만 일본인들이 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는 것이 바로 일본인 종교관의 특색이라고도 할 수 있다.<도쿄=이대현 기자>도쿄=이대현>
◎신사/일 전역 산재… 종교이상의 의미/행복기원 「정신세계」 뿌리내려
일본인의 종교와 정신생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진자(신사)이다.
진자는 일본인들이 믿는 갖가지 신들을 모셔 놓은 곳이다. 일본인들은 수없이 많은 신화 전설 역사를 배경으로 해 탄생한 신이나 신격화한 대상들을 진자에 모셔 놓고, 참배하고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의 안녕과 성공 및 소속 집단의 행복을 기원한다.
우리의 사당과 어느면에서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사당에 비해 훨씬 더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해 있고 일본전국 곳곳에 산재한다.
그러나 진자에 모셔진 별의별 신들이 모두 공통적으로는 일본인들의 정체성의 근원인 「천황제」와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게 일본학자들 스스로의 진단이다. 이를 입증하듯 진자에 모셔진 신들은 막부시대까지도 등급이 매겨져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왔다.
메이지(명치)유신이후에도 진자는 신궁등의 관사와 부현사 호국신사등의 민사로 나뉘어 2차대전때까지 내려왔고 종전후에는 단지 하나의 종교법인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이상의 의미를 갖고 일본인들 정신세계에 뿌리내려 있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믿는 신도와 함께 「신도신사」로 통칭되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최근들어 태평양전쟁의 A급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동조 영기)등 7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도쿄 야스쿠니(정국)진자에 일본정부 각료들이 매년 8월15일 공식참배하는 문제가 일본국내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중국등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진자의 생성 배경때문이다. 즉 「천황제」와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는 진자에 정부각료가 「공식참배」하는 것은 곧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의미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도쿄=손덕기 기자>도쿄=손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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