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주의 바탕… 「경제대국 원동력」으로/한해 향연 700여회,협력충성심 길러 일본은 「마쓰리(축제)의 나라」이다.
전국에 걸쳐 연중 마쓰리가 끊이지 않고 열리며 각 지방마다 그 내용도 다양하고 특색이 있다.
마을사람이 모두 모여 풍년과 태평세월을 기원하는 마쓰리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주의적 기질을 키워 준 바탕으로서 오늘날의 「경제대국 일본」이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을 성원끼리 서로 협력하는 정신이 국가에의 충성으로 연결됐고 이것이 곧 일본의 저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이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칭(제등)을 통해 마쓰리 분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마쓰리는 대개 마을 노인들이 중심이 돼 개최되고 젊은이들이 앞장서 행사를 이끌지만 남녀노소 구분없이 온 마을 주민들이 참가한다. 이처럼 마쓰리는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상부상조 정신아래 단결심과 소속감을 새롭게 하는 광장으로 활용된다.
마쓰리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 끊임없는 변형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아직도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채 유지되는 것들도 상당수 있다.
○수호신 메고 길놀이
일본의 3대 마쓰리로는 교토(경도)의 기온마쓰리(기원제), 센다이(선태)의 다나바타마쓰리(칠석제), 도쿄(동경) 아사쿠사(천초)의 간옹마쓰리(관음제)가 꼽힌다. 이밖에도 전국에서 7백여개의 마쓰리가 매년 열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유명한 축제에는 전국 곳곳에서 구경꾼들이 대거 몰려든다.
마쓰리는 객지에 나갔던 사람들도 휴가등으로 귀향하는 8월에 가장 많이 열린다. 마쓰리에는 우리의 가마같은 미코시(신여)가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마을사람들이 수호신으로 받드는 신이 모셔진다. 마을 청년들이 이 미코시를 어깨에 메고 길거리를 돌면서 「왓쇼이 왓쇼이」하는 함성을 지르면 뒤따르는 주민들도 이를 따라 외친다.
마을을 지켜 주는 수호신을 즐겁게 하고 마을의 번영을 축원하는 것이 바로 「마쓰리 정신」인것이다.
마쓰리때 마을 거리에는 우리의 연등같은 등불이 휘황하게 밝혀지고 마을사람들이 한데 모여 북소리에 맞춰 춤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특히 음력 7월 보름 부모의 명복을 빌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일본의 최대명절인 오봉(어분)절때 마을사람들이 절이나 마을광장에 한데 모여 추는 춤을 봉오도리(분용)라고 하며 일본 전국에 각가지 형태의 봉오도리가 전해 내려 온다. 이 봉오도리를 추기 위해 모이는게 곧 그 지방의 마쓰리이기도 한것이다.
○수십만 관광객 몰려
최근들어서는 가장 토속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마쓰리 마당에 첨단 요소들이 무리없이 수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년 8월22일 밤에 열리는 도쿠시마(덕도)의 마쓰리때는 로봇이 미코시를 대신한다.
75년부터 산케이(산경)신문과 후지TV가 도쿄 진구가이엔(신궁외원)에서 공동주최하는 「일본마쓰리」는 전국 유명 마쓰리들의 경연대회로 관광객 수십만명이 몰린 가운데 연 3일간 「밤의 향연」이 벌어진다. TV로 중계되는 마쓰리도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다.
가을에 추수감사 마쓰리가 벌어지는 곳도 상당수 있고 눈이 많이 오는 북쪽지방에서는 2월에 또 하나의 색다른 마쓰리가 열린다. 어린이들은 흰 눈으로 움집을 짓고 친구들이나 지나가는 이웃사람들에게 쌀로 만든 따뜻한 감주등을 대접한다. 요즘에는 상가번영회같은 이익집단에서 판촉활동 성격의 마쓰리를 개최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사람들은 『마쓰리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할 정도로 마쓰리를 즐기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 왔다. 마쓰리는 섬사람 본래의 기질이 담긴 토속적 모습에 현대문명이 조화롭게 가미된 일본 특유의 민속축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기동취재반
박래부 (문화2부 부장)
이상호 (경제1부 기자)
박상준 (전국부 기자)
황영식 (도쿄 특파원)
이대현 (문화2부 기자)
장현규 (정치1부 기자)
박광희 (주간한국부 기자)
최성욱 (사회2부 기자)
오대근 (자신부 기자)
손덕기 (도쿄지사 기자)
◎지치부 밤축제 참관기/「야다이」 밀고 끌며 온 시민이 어깨춤/풍년·태평세월 기원/불꽃놀이로 절정에
지난해 12월1일부터 6일까지 도쿄(동경) 동북부 사이타마(기옥)현 지치부(질부)시에서는 일본의 3대 히키야마(예산) 마쓰리중 하나인 「지치부 요마쓰리(밤 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히키야마」라는 말은 대개의 마쓰리에는 어깨에 메는 미코시(신여)가 등장하는데 비해 지치부를 비롯한 몇곳의 마쓰리에서는 산처럼 큰 야다이(옥대)를 끌고 가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3백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이기도 한 지치부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는 3일 하오7시부터 시작된 「아키야마」 가두행렬. 1백50여명의 마을 청년들이 가로2, 세로 4, 높이 6 크기에 바퀴가 달린 화려한 장식의 야다이(국가지정 중요유형문화재) 6대를 밀고 끌며 지치부 진자(신사)를 출발하자 이를 연도에서 지켜보거나 뒤따르는 인파들로 그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지치부 중앙공민관(중앙공민관)까지 2를 1시간30분간에 걸쳐 가는 동안 야다이에 탄 젊은이들이 피리소리, 북소리속에 풍년과 태평세월을 기원하는 구호를 외치자 시민들도 이를 따라 외치며 어께춤을 추었다. 또 도로변 관람석에서는 관광객들의 탄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시가지에 설치된 연등에는 불이 훤하게 밝혀졌고 형형색색의 불꽃이 시 상공을 뒤덮어 축제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하나야마(화산)대회로 불리는 불꽃놀이는 하오9시께 자색(자색)의 1호를 시작으로 하오9시10분 녹색의 2호, 하오9시25분 금색의 3호, 하오9시40분 청색의 4호, 하오 9시55분 홍색의 5호까지 이어졌다. 참관자들은 「지치부의 만추」등 각기 이름이 달리 붙여진 불꽃의 의미를 되새기며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날 행사에 앞서 1일부터 지치부 지역산업센터에서는 직물전시판매회와 토산품판매전시회가 열려 5일까지 계속됐다. 또 2일과 3일 이틀간 세이부(서무) 지치부역앞 광장과 지치부공원등 시내 곳곳에서는 가부키공연과 향토예능공연등의 각종 행사가 열렸다.
축제 기간에 시내 상가는 대부분 철시했고 남녀노소 모든 시민들이 가슴에 마을이름을 표시한 전통 마쓰리복장으로 마쓰리 준비와 진행에 매달렸으며 이면도로 곳곳에는 향토음식점이 수없이 들어섰다.
축제참가인파는 3일 하루만도 28만여명(요미우리신문 집계). 지치부 부근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1시간 30분 거리의 도쿄등지에서도 낮시간부터 엄청나게 몰려와 역과 버스터미널은 온종일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치부 밤축제는 지치부지방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지방문화의 진수였다.<지치부=박상준 기자>지치부=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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