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취소요청에 러 “무슨소리”/내달 양국 정상회담때 최대난제 될듯 미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대한 러시아의 원자로 판매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윌리엄 페리 미국방장관은 3일 체르노미르딘총리, 슈메이코상원의장, 그라초프국방장관등을 만나 이란에 대한 원자로 공급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러시아측은 한마디로 「니예트」 (아니오)라는 태도다.
체첸사태와 함께 양국의 최대현안인 이 문제는 오는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미·러시아 정상회담의 가장 큰 난제가 될 전망이다.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이를 인정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주문을 거절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경제적 이유에서다. 8억∼10억달러에 이르는 원자로 판매대금은 빈사상태인 러시아원자력산업에 숨통을 터줄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가 그동안 자국산 원전의 성능과 안전성, 저렴한 가격등을 선전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하나는 정치적 이유다. 러시아는 체첸사태는 물론 보스니아 내전에서 세르비아를 지원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회교권내 적대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독립국가연합(CIS)국가중 중앙아시아 회교권국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란과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미·러시아 양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이란문제로까지 이같은 마찰이 계속되고 있어 옐친의 표현대로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국제질서 즉 「차가운 평화」관계로 돌입한 듯하다. 코지레프러시아외무장관이 『밀월기간은 끝났다』고 말하자 크리스토퍼 미국무장관은 『이제는 실용적인 접근을 할 때』라고 응수했다.
세계 안정이라는 「총론」에는 상호 협력하지만 국익이라는 「각론」에서는 냉정한 계산이 앞서는게 현재의 양국관계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