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푸른 숲은 우리의 꿈이다. 92년 리우환경선언이후 숲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달라졌다. 울창한 숲은 공해와 오염에 찌든 현대 도시인들에게는 경제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생존차원의 꿈이요 이상이다. 우리 숲은 해마다 1천3백만톤(연간배출량의 17%)의 이산화탄소를 정화시켜 주고 있고 7만7천톤의 아황산가스와 3만7천톤의 먼지를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있다. 1억3천만명이 숨쉴 수 있는 3천6백만톤의 산소를 공급해주고 대형댐 10개와 맞먹는 1백80억톤의 물을 저수 정화해 준다.
지금까지는 목재생산과 연료채취, 약초재배등 산림의 경제적 기능이 중시돼 왔으나 이제는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국토보존과 대기정화, 수원함양 및 수질정화, 기후조절과 방풍, 휴양지 제공등 공익적 기능이 보다 중시되는게 세계적인 추세다.
거대한 녹색댐과 산소공장등으로서 산림이 갖는 공익적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GNP(국민총생산)의 12%에 상당하는 27조6천억원이나 된다고 산림청은 밝히고 있다. 경제적 기능으로서의 가치가 8천2백억원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산림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라하겠다.
해방후 벌겋게 헐벗은 국토를 30여년간 가꾸고 다듬어서 이제는 어지간히 산림녹화가 이루어졌다. 절망적이던 민둥산을 짧은 세월에 만만찮게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30년 고도성장 못지않은 「기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번 황폐해진 국토를 다시 푸르게 만드는 것은 기적처럼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개발욕구와 사익의 분출을 자제하면서 엄격하게 관리돼오던 그린벨트가 허물어지기 시작하고 골프장 공장 택지등으로 무질서하게 산림이 훼손되면서 30년 적공이 물거품이 되고 말것같은 산림의 위기적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게 요즘의 현실이다.
식목일을 코앞에 둔 지난 일요일 하룻동안 전국 24곳에서 산불이 나 1백여㏊의 산림이 불타버린 것이나 산림청이 국유림을 골프장에 대여해 울창한 숲을 마구 밀어버리게 방치해둔 것, 그린벨트를 원칙없이 마구 풀어버린 것등등이 모두 숲에 대한 경각심의 해이와 산림정책의 실종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농어촌 취사연료의 93·9%가 가스이고 난방연료의 80%이상이 연탄 기름 전기등으로 지금은 오히려 산림녹화의 충분한 조건이 갖춰졌다.
이제 숲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산림정책을 근본에서부터 새로 짜야 할때가 됐다. 산지의 소유와 이용, 녹화사업의 추진체계와 산림의 관리보호등 전분야에 걸쳐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숲을 국민생존환경과 관련된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삶의 질을 보장하는 최우선의 정책과제로 앞세워야 할 것이다. 산림을 토지이용이나 개발욕구의 희생물로 삼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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