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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의 정치영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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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의 정치영입(사설)

입력
1995.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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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자당이 쌍용그룹 소유주인 김석원회장을 지구당 조직책으로 임명한 것은 잘된 일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같다. 재벌의 정치참여 자체가 우선 좋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정경유착에 대한 시비가 그칠 날이 없었던 과거를 되돌아보더라도 그렇다. 그리고 앞으로도 정경유착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볼 때 재벌총수가 직접 정치에 뛰어드는 모습은 보기에 산뜻하지 않다.

 정치란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이고 재벌이라고 못하란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적 현실에서 정경분리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때 재벌순위 6위의 대그룹 소유주가 정치에 입문하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에 어색하다.

 민자당은 경북 대구지역의 독특한 반대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속셈에서 김회장을 끌어들인 것같은데 정치의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보탬이 될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돈 안드는 정치, 깨끗한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는 마당에 재벌총수의 정치일선 등장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를 위해서도 반길만한 일이 아닌 동시에 경제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치에 투신하면서 쌍용그룹을 떠날 처지도 아닌데 두가지를 겸업한다는게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국제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기업에 전념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보다 효과적으로 공헌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겸업 재벌이 과연 잘 될수 있을까 하는 점도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경분리를 국가경영의 지침 비슷하게 내세워 온 현정권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다. 문민정부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 대통령선거때 정주영씨가 출마하자 민자당은 재벌그룹총수의 정치참여는 배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실을 국민들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 민자당이 일부 지역의 바람을 막아보겠다고 재벌총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이처럼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조변석개하는 여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할지 모른다.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의 모든 기능이 선거에 총동원되다시피했던 꼴사나운 모습을 국민들은 다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김회장 개인이나 쌍용그룹을 위해서도 그렇고 또 민자당이나 우리의 정치 경제현실을 보더라도, 어느 측면에서나 유익한 선택은 아닌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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