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전사(Weekend Warrior)」란 원래는 주말에만 훈련하는 예비군이나 보충역을 비아냥거려 일컫는 말이었다. 창녀는 아니지만 때때로 몸을 파는 천한 여자를 뜻하는 속어로 쓰이기도 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 단어가 「주말만 되면 미친 듯이 격렬한 운동에 몰두하는 중·장년 직장인」을 지칭하는 말로 더 자주 쓰인다. 물불 안가리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전사처럼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나이에 걸맞지 않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이다.
덕분에 운동선수나 젊은이들을 주고객으로 하던 스포츠전문병원들이 요즘은 흰머리가 희끗희끗 비치고 이마가 벗겨진 중·장년 손님들로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라켓볼 테니스는 물론이고 젊은이들도 힘든 농구나 스키, 심지어는 암벽등반같은 위험한 운동을 하다가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염이 생긴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들에게 『무리한 운동을 계속하다간 심각한 신체장애를 유발, 남은 인생동안 아예 거동을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지만 주말전사들의 전투의지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겨울에 스키를 시작했다는 한 장년의 미국인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이가 50은 넘어보이기에 위험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정색을 하고 『무슨소리, 아직 뭐든지 시작할 수 있는 나이』라며 『주말에만 타다보니 같이 시작한 마누라보다 실력이 처지는 게 유일한 문제』라고 투덜거리는 것이었다.
「주말전사」들은 『이 나이에 어떻게…』라는 말은 잊고 사는 사람들이다.무엇보다 이들은 「내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모는 죽는날까지 모든 시간과 재산과 정열을 자식에게 쏟아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주말전사 자격이 없다. 공부하는 아이들 눈치보여 주말에 여행한번 못가고 TV소리 낮춰가며 방구들 지고 살아온 우리 부모님들, 「전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주말부터 내외가 같이 등산이라도 시작해보는 게 어떨는지.<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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