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정부·일 은 엔고사태 책임공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정부·일 은 엔고사태 책임공방

입력
1995.04.05 00:00
0 0

◎“대장성 인하검토발표 잘못”/일 은/“미온적 대응으로 상황악화”/일 정부 지칠줄 모르는 엔고사태를 맞아 일본 금융당국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급격해진 엔고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일은)의 미온적 대응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책임소재를 둘러싼 정책기관간 알력마저 드러나 시장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엔화가 최근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본은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의 확산으로 주가가 폭락하는등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엔고사태는 「미적자―일흑자」로 인한 환수급의 불균형이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바탕위에 타이밍을 무시한 일본의 금융정책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일본재계는 지난달 중순부터 정부에 엔고대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에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대장성장관은 통화정책당국인 일은을 제치고 재할인율 인하가능성을 언급, 재계의 요청에 화답했다. 

 그러나 일은이 이에 보조를 맞추지 않아 엔고사태에 더욱 불을 질렀다. 일은은 지난달 31일 『단기금리가 떨어지도록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일은의 발표내용은 앞서 다케무라 대장성장관의 발언과 전날 독일의 재할인율 인하조치로 고조된 일본내 금리인하 기대심리에 훨씬 못미치는 미온적인 자세다. 이로 인한 실망감이 달러투매를 부채질, 엔고를 가중시켰다.

 이같은 사태를 두고 일정부는 일은의 둔감증을 비난하면서 각의에서까지 재할인율 인하를 촉구했으나 일은은 오히려 정부의 월권과 쓸데없이 기대심리를 부추긴 단견을 비난하면서 『현재의 과열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시장동향을 주시하겠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은의 이같은 태도는 현행 재할인율이 연 1.75%의 사상 최저수준에 떨어져 있어 추가적인 인하조치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의문이 큰 데다 현재 완만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기가 자칫 다시 퇴조할 가능성에 대비해 「금리인하」를 비장의 카드로 남겨둬야 한다는 판단때문이다. 일은은 또한 『지난해 10월 완성된 금리자유화 체계상 시중금리는 재할인율과 직접적으로 연동하지 않는다』며 『시중금리의 저하를 위해서는 오히려 단기금리의 인하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일은이 인하유도의 주대상으로 삼고 있는 무담보 콜 익일물 금리는 현재 종전보다 0.5%정도 하락한 1.75%선을 맴돌고 있어 조만간 시중금리의 자연스런 인하로 연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은이 종전 입장에서 후퇴해 단기금리 인하를 유도하면서도 굳이 재할인율 인하조치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와의 자존심 싸움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일은이 현실 시장흐름에 교과서적으로 대응한다고 비판한다.

 『요즘같은 엔고 추세가 계속되면 가을부터는 경기가 다시 하강국면으로 들어간다』는 일본재계의 강한 압력과 경고를 일은이 언제까지 버티어 나갈지 주목된다.<도쿄=황영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