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화 폭락에 내란까지… 개방정책 “위기”/“정치개혁 통해 경제취약성 극복” 처방 관심 에르네스토 세디요(42) 멕시코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일 취임한 이후 5개월째를 맞았다. 그러나 이 기간은 그에게 쏟아지던 찬사가 비난과 불만으로 바뀌어버린 고통의 나날들이었다. 취임직후 민주정치로의 개혁과 경제개방화의 힘찬 「돛」을 올린 세디요 대통령앞에 나타난 것은 페소화 폭락이라는 거대한 암초였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흥청이던 증시는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93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직도 위기의 「터널 끝」은 보이지 않고있다. 세디요대통령은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자신의 심경을 『대통령직이 결코 즐겁지 않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앞으로 경제가 훨씬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국민이 솔직히 받아들이고 정치개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세디요가 당면한 현재의 경제위기는 전임자인 살리나스 대통령이 넘겨준 유산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디요대통령조차 『취임후 가장 놀란 사실은 멕시코경제의 취약성』이라며 『엄청난 단기성외채의 심각성을 알지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기성외채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했지만 이 문제가 세계금융구조상 멕시코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실감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미 예일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고 살리나스 정부에서 경제관료를 지낸 세디요로서는 책임을 완전히 회피하기 힘들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보여온 우유부단하고 불명확한 세디요대통령의 경제정책에 회의를 던지고 있다. 그는 이제 페소화를 안정시키고 수출산업을 어떻게 해외자본에 덜 매달리게 하느냐 하는 확실한 처방을 내려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치분야에서도 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법개혁 지방분권화등 정치개혁이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가운데 치아파스주의 농민반란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2월 지방선거에서는 집권 제도혁명당(PRI)의 아성 지역을 잃으며 야당의 세력만 강화시켜 놓고 말았다. 또 사실상의 미국망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자신을 권좌에 오르도록 한 살리나스 전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암살사건을 비롯한 집권당내의 권력암투에 연루됐다는 점도 갈길 바쁜 세디요의 발목을 잡고 있다.<조희제 기자>조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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