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의원연맹(IPU)총회는 「유전자의 특허를 금지하고 생명의학연구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학자나 생물학자도 아닌 정치인들의 모임인 IPU가 이같은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우리가 그만큼 생명윤리가 뒤흐트러진 사회에 살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큰 의의를 지닌다. IPU 결의안이 지적했듯이 생명의 존엄성은 지금 어느때 보다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이식수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장기가 상품처럼 거래되고 있고 장기의 적출을 위해 인간의 죽음에 대한 판정도 애매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태아의 성감별이 가능해짐에 따라 여아의 유산도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선 인간을 이루고 있는 기본조각이라고 할 유전자를 특허받아 그 이용을 독점하려는 게놈(GENOME)계획까지 세웠다가 취소한바 있다.
이것도 부족해 지난 93년 미국 조지 워싱턴대 메디컬센터에선 한개의 인간배자를 인공적으로 세포분열시켜 48개의 인간배자를 복제하는데 성공, 복제인간의 등장이 멀지 않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치료와 연구차원을 떠난 이러한 유전자 조작, 생체실험 및 장기의 불법거래등은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윤리적인 행위일 뿐이다.
끊임없이 전쟁과 각가지 폭력에 휘둘림을 당해온 인간은 이처럼 「과학」과 「연구」란 이름의 폭력앞에 생명 그 자체의 외경심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IPU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유전자 연구에 규범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의 법률적 구조를 정하도록 촉구한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인간사회가 이같이 황폐해진 것은 생명윤리에 관한 정보가 일부 연구자나 종사자에 독점되고 이에 대한 논의가 억제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경우 그 대상자가 얼마나 되며 이용 가능한 장기가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채다. 이용장기의 부족으로 돈 있는 사람만이 음성거래로 이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공평성이 무너진지 오래다.
태아의 성감별에 의한 낙태란 불법도 우리는 눈감고 있다. 매년 3만명의 여아가 햇빛을 보지 못해 21세기초엔 남아 4명중 한명이 신부를 구하지 못하는 남녀불균형이 이뤄진다고 하는데도 우리는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IPU의 이번 결의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같은 생명윤리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우리국회도 이번 결의의 정신을 살려 이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의료종사자들도 IPU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보의 공개와 함께 교육단계에서부터 인술의 의미를 되새겨 생명윤리를 확립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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