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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의 이상한 발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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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사의 이상한 발언(사설)

입력
199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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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부는 대북 경수로 지원문제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경수로는 반드시 한국형이어야 하며 공급과정에서 한국이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절대로 돈을 댈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이다. 그 방침은 곧 한국과 미국간에 합의된 공조체제의 요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치도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이던 한·미 양국간의 공동전선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 유감이다. 한국의 국민감정을 반영하기도 하는 대북 경수로 지원에 대한 정부의 강경태도를 최근 미국이 누그러뜨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쪽에서 한국의 요로에 직간접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는 보도도 있고 로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 정부가 언론 매체를 이용하여 그들의 속셈을 슬쩍 흘리는 눈치도 엿보인다.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고 압력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쪽에서는 느낌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제임스 레이니주한미국대사가 2일 광주에서 재야인사들과 나눴다는 얘기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북한 정권이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국 정부의 강경태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남한이 시혜하는 자세로 일관해 미국의 입장이 어렵다』느니 『북한은 남한이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고 말한것으로도 전해진다.

 그의 발언은 한국쪽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쪽을 동정하는 것같다. 그동안 한·미 양국간에 철석같이 약속된 원칙에 어긋나는 발언이다.

 레이니대사가 아무런 계산없이 무심코 내 뱉은 소리는 아닌것 같다. 본국 정부와 사전협의없이 주재국의 공식태도에 반하는 얘기를 했을리도 만무하다. 외교상식으로 보더라도 레이니대사의 발언은 분명히 계산된 것으로 봐야한다. 대사란 언제나 주재국의 비위를 건드리는 언동을 삼가는게 상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수로 문제로 신경이 날카로운 요즘이다. 베를린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설계 경수로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온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다. 이틈에 미국이 북한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겠다는 속셈인가. 때마침 북한은 경수로 문제를 주한미군 철수,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로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때라 레이니대사의 발언이 와전이라는 미대사관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의에 의구심을 떨칠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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