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북한등 3국의 줄다리기가 각양각색이다. 한국이 한국형 경수로의 관철을 요구하고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측의 눈치를 보고있는 형국이다. 줄다리기의 막이 내릴때 어느나라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을지 궁금하다. 지난해 너무 많은 양보를 한 한국으로서는 이번만큼은 강경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 건설될 경수로는 울진3,4호기를 참조발전소로 한 한국표준형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함께 경수로의 설계·제작·건설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자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이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형은 수용할 수 없다고 일관된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은 유연한 듯 하지만 내심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상당부분의 자금을 대는 한국에 무조건 양보를 요구할 수 없고 제네바 합의를 깨겠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을 무시할 수도 없다.
시간에 쫓기자 미국은 한국에 대해 다각도의 카드를 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하나가 물밑설득이다. 경수로를 대는 것만으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니 절차상의 문제는 미국에 맡겨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위해 분위기 조성에 착수했다는 그럴싸한 소문도 나돌고 있다. 「4월 위기설」을 은근히 흘리면서 주한미국인의 소개훈련 실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미확인 설들이 새어나오고 있다.
미국은 어느정도 한국을 설득한뒤 북한과 일괄타결로 매듭을 짓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자칫 한국은 또한번 목소리만 크게 내고 밑지는 장사를 하게될 가능성이 있다.
경수로문제를 놓고 3국간에 한바탕 줄다리기를 벌이고 이 과정을 거쳐 긍정적 결론이 도출된다 해도 남북관계는 산너머 산이다. 휴전협정의 평화체제전환 문제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있다. 어느 것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우리가 이번 경수로협상에서 미국과 북한에대 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첫 줄다리기에서 실패할 경우 다음의 줄다리기에서도 계속 밀려나게 되며, 그럴 경우 경수로 건설에서 돈만 내고 들러리 조연 역할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클레아몬크대학의 이채진교수(정치학)는 『이제 한국은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해 개성있는 대북정책을 펴나가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은 한미공조체제를 북핵문제 해결의 축으로 삼고있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경수로 문제에서 한국이 주역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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