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말하기 위주 입시추세 반영/해외연수경험 학생많은 강남지역 심해 『몰래 영어학원에 다녀야하는 영어교사들의 속사정을 아십니까』
고입 및 대입 영어시험의 듣기평가 비중이 부쩍 높아지자 학생들에게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고 학원에 다니는 중·고교 영어교사가 부쩍 늘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 수준의 발음을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주어와 술어를 따지는 문법 위주의 고전적 강의로는 권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읽고 쓰기」보다 「듣고 말하기」가 득세하는 영어교육의 추세도 외면할 수 없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P외국어학원 관계자는 『최근 발음을 교정하고 실용적인 회화를 배우려고 학원을 찾는 중·고교 영어교사들이 늘어났다』며 『대부분 하오 7∼8시 저녁반을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살다왔거나 방학중 어학연수를 다녀온 부유층 학생이 많은 서울 강남일대의 경우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수업시간에 외국인에 손색없는 발음으로 유창한 회화를 구사하는 학생들에게 주눅드는 교사들이 많다.
『우리 선생님은 미국사람 만나도 말 한마디 못할거야…』 발음이 나쁜 일부 교사는 놀림감의 대상이 된다. 수업시간에 영어로 질문하는 학생들까지 있어 더욱 낭패다. 알아듣지 못하면 『우…』하고 야유하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 S중 영어교사 최모(42)씨는 『외국에 다녀올 기회가 많아진데다 해외 위성방송과 비디오물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학생들의 영어발음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지난해 10월부터 현지인 강사가 있는 학원에 나가 발음을 고치고 있지만 혀가 굳어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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