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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왜 다시 폭락했나/일 미온적 금리정책 악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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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왜 다시 폭락했나/일 미온적 금리정책 악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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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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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검토”서 “유도만”에 실망/“미 경기 과열” GDP지수 한몫/전날 반짝오름세에 큰손들 투매 영향까지 달러화가 하락세속에 춤을 추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로 반짝 반등세를 보이던 달러화는 31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대비 3.0엔이나 폭락, 달러당 86·23엔이라는 기록적인 바닥세를 나타냈다. 이날의 달러폭락은 몇가지 악재가 서로 연쇄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우선 일본의 중앙 은행인 일본은행의 「금리인하검토」발표가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 그 한가지. 30일 국제 금융가에서는 독일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에 이어 일본은행도 곧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력하게 나돌았다. 실제로 일본은행에서 이와관련한 비상회의가 소집되면서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잔뜩 고조돼 있었던 상태였다.

 그러나 정작 일본은행은 금리인하를 단행하기보다는 이를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만 표명하는 선에서 그쳤다. 평소같으면 이 자체만으로도 달러화 반등요인이 될 수 있으나 이미 기대심리가 한껏 높아진 상태에서 이같은 미온적 발표가 오히려 실망감을 안겨줘 반작용을 초래했다는게 금융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가뜩이나 하락심리가 팽배한 마당에 기대했던 호재가 나오지 않아 달러화 투매를 재촉했다는 것이다.

 또한 독일의 금리인하로 달러화가 오름세를 보임으로써 단기차익을 누린 환투기 큰손들이 이날 일제히 시장을 빠져나가 달러화 하락폭이 더 증폭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을 비롯, 홍콩 싱가포르등 아시아시장에서 시작돼 시차를 두고 런던등 유럽시장으로 번져나갔다. 마지막으로 뉴욕시장에서 그 파장이 극대화해 개장직후부터 상오 11시까지 달러화가 수직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와함께 이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5.1%나 상승했다는 발표도 또하나의 악재였던 것으로 지적된다. 한동안 과열논쟁을 빚었던 미국경제는 최근 바람직한 안정성장국면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GDP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또다시 과열우려를 낳아 경기의 안정적인 연착륙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로인해 다우 존스 공업주가지수도 이날 14.87포인트나 내려간 4,157.69에 마감됐다. 미국의 증권시장은 달러화동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달러화가 떨어질 경우 외국투자가들이 달러화표시 투자를 기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의 한 금융관계자는 『달러화의 하락은 2백40엔대부터 10년째 계속돼 온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80엔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제는 하락세의 종지부가 가까이 왔다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뉴욕=조재용 특파원>

◎세계통화 「3각시대」 본격화/미 FRB 달러화가치 방어포기/일 정책 세계 “흔들” 엔 위력 확인

 달러화를 중심축으로 움직이던 전후의 국제통화체제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세계통화시장은 새로운 질서를 배태하기 위해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31일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을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달러화가 런던외환시장에서 달러당 86.30엔의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등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폭락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국제통화질서의 재편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멕시코의 페소화 폭락은 이같은 통화구조재편의 신호탄이었으며 이를 계기로 세계통화시장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난산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소화의 폭락이후 세계금융시장에는 엔, 마르크, 스위스프랑이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달러, 이탈리아의 리라, 스페인의 페세타등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양극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은 그 통화의 안전성과 건전성이라고 국제경제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향후의 세계통화질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구별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통화가 얼마나 안정되고 힘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통화의 차별이 구체화된 것이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이었다. 멕시코는 연10%가 넘는 금리로 미국등의 자본을 유혹했다. 93년까지 연방채권 단기금리가 3%수준에 머물러, 보다 높은 금리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던 미국내의 각국 투자자들에게 멕시코는 최적의 투자환경이었던 것이다. 멕시코처럼 약세 통화를 가진 나라들은 미국등 선진국의 저금리정책에서 오는 상대적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미국이 빠른 경기회복으로 인플레를 잡기 위해 지난 한해동안 8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 평균 금리를 5%대로 올리자 상황은 역전됐다. 세계각국의 투자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세계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수익은 적지만 위험이 적은 쪽으로 투자패턴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투자된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으며 그 여파는 스페인 페세타등 다른 약세통화를 가진 나라들로 파급됐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 빠져나온 다국적 자본은 더 이상 달러화에 기대지 않았다. 오히려 달러는 미국의 엄청난 무역·재정적자등으로 인해 투자가들로부터 자본회수 대상이 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최근 의회에서 달러약세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달러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세계중심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미국 스스로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르크화와 엔화의 기축통화로서의 가능성은 바로 이같은 분위기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계통화체계는 이제 달러화와 마르크화 엔화의 삼두체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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