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재벌속에 또 재벌이 생겨나고 있다.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관리하고 있는 30대 기업집단(재벌)중에서도 현대, 삼성, 대우, LG, 선경등 상위 5대 재벌로 부의 급속한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어 경제력 집중의 중층구조가 고착되면서 슈퍼 재벌이 등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자로 지정한 「95년도 대규모 기업집단」 자료에 의하면 30대 그룹의 94년말 총자산 규모는 93년보다 17.0% 늘어난 2백33조4천억원, 매출액은 17.4% 늘어난 2백48조9천억원, 당기순이익은 1백25% 늘어난 3조6천억원이다. 자산 매출등 외형면에서 30대그룹의 성장은 우리경제의 평균적인 외형신장률이라 할 수 있는 경상 GDP(국내총생산)증가율 14·2%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매출액을 GNP(국민총생산)에 대비해 본 수치도 93년 80.4%에서 지난해는 82.2%로 늘어났다.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집중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상 최고 수준의 부도율을 기록한 가운데 1만1천2백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진 것과 30대재벌 순이익 증가율이 무려 1백25%를 기록한 것도 대조적이다. 우리 경제의 편중적 구조와 불균형이 그만큼 심화하고 있다는 징표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30대 재벌 안에서도 빈익빈부익부(빈익빈부익부)현상이 심화하면서 재벌간 격차가 크게 벌어져 경제력 집중이 소수재벌에 의해 강력하고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30대 재벌에 대한 상위 5대그룹의 자산·매출액 비중은 55.7%와 66%다. 상위 5대그룹의 자산증가율은 17.2%에 달한 반면 6∼10대 재벌은 7.7%, 11∼30대 재벌은 5.5%에 그쳤다.
재벌들의 이른바 문어발식 기업확장도 어느 때보다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 지난해중 50개 기업(순증 7개)이 새로 늘어났다. 계열사 정리니 구조조정이니 하며 정부시책에 호응한다던 재벌들의 계열기업 정리가 눈가림이고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재벌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재벌집중문제는 개선이 아니라 반대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그동안 꾸준히 추진돼 왔던 경제력집중완화와 업종전문화시책이 이처럼 집중을 오히려 심화시키면서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슈퍼재벌을 탄생시키고 있는데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경제활동이 슈퍼재벌로 집중돼버리고 마는 기형적이고 병적(병적)인 경제구조로는 전체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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