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격상된 「경제 포청천」 정치적 중립 견지 관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로 창립 14주년 겸 재출범 1백일을 맞았다. 81년 불공정한 경제관행의 척결을 위해 경제기획원 산하기구로 출발한 공정위는 바로 1백일전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독립된 경제부처로 그 지위가 격상됐다.
공정위 독립의 의미는 단지 직제개편차원이 아니었다.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맞아 자본주의경제의 근본원리인 「자유롭되 공정한」경쟁질서확립이 경제정책의 최대 우선순위로 부각된 것이었다. 독립부처로서 공정위는 이제 개별기업들의 불공정사례나 적발해내는 기능적 업무에서 탈피, 한국경제의 새로운 룰을 만들고 참여자들의 규칙준수를 유도하는 아주 무겁고 까다로운 과제를 부여받은 셈이다.
지난 1백일을 되돌아보면 공정위도 이같은 「재탄생의 의미」를 헤아리고 있는 것같다. 재계의 반대를 뚫고 총액출자한도 강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통과시켰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54개 경쟁제한법령정비에 착수했으며 타부처와의 거북한 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신규법령에 대한 공정성여부를 일일이 심사하고 있다.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 현직판사와 변호사등 법률전문가들도 대거 끌어왔다. 기업들의 불공정거래조사와 처벌강도를 대폭 높여 표세진공정위원장은 TV드라마속의 명판관 「포청천」에 빗댄 「표청천」이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
공정위도 고민은 있다. 공정위는 현재 경제력집중완화와 소유분산유도를 골간으로 한 정부 대재벌정책의 유일한 창구이다. 마음만 먹으면 재벌그룹의 재무실태나 지분구조같은 「아픈 곳」을 얼마든지 들여다 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제재수단도 갖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기업들엔 경기규칙준수를 요구하면서 기업에 대해선 스스로 불공정해지는, 「사정기구」로의 변질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경그룹 부당내부거래조사는 바로 독립기구로서 걸음마를 시작했던 공정위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그 앞날을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칼을 쥐고 있는만큼 꼭 필요한 때에 정확하고 공정하게 사용해야 하며 그러려면 먼저 공정위의 정치적 중립성이 전제돼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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