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필요이상으로 양보했다』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관리들에게 복잡한 기술관련 규정들을 들어 몰아붙이니 양보하더라』 한미통신협상이 마무리된 지난 27일 미국의 협상관계자들이 털어놓은 말들이다. 이 일이 있고 난뒤 미국에서는 한국을 겨냥한 새로운 통상압력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29일 미하원 국제관계위의 한미경제청문회에서 노골화했다. 이날 회의에서 더그 비라이터의원은 『한국의 비관세무역장벽은 10년전 일본의 장벽과 비교된다』며 『한국의 육류시장 개방문제에 대해서도 WTO에 제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돈육업자는 『식품유통기한문제도 WTO에 제소하는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 증권협회관계자는 한국의 자본시장개방문제를, 의료업계는 의료장비문제등을 거론하며 미국정부의 강도높은 대한통상대응을 촉구했다.
주한미상의(AMCHAM)는 또 자동차 금융 지적재산권등 기존 현안이외에 한국의 국산화정책 업종전문화정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문제등까지 새삼스럽게 거론하며 「한국의 개방수준은 아직 초보」라는 요지의 연례보고서를 미국정부에 제출했다. 지금까지 정부간 협상과정에서 별말이 없던 미국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는 양상이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핵문제를 놓고 양국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때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물론 이 배경에는 10을 노리고 30을 요구한 미국에게 30 모두를 내준 꼴이 된 우리정부의 대책없는 통신협상결과가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후 우리 정부의 통상라인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고양이 쥐몰듯」하는 미국을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영원한 우방」「공정한 나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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