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넘는 인구 막일로 타국살이/연송금 60억불규모… 비경제 밑천 해외취업 필리핀인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싱가포르에서 플로르 콘템플라시온(42)여인이 처형된데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역시 가정부로 일하던 살라 발라바간(16)양이 고용주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1년전 UAE 수도 아부다비에 취업한 발라바간은 고용주가 칼로 위협하며 성폭행을 하려하자 몸싸움을 벌이다 고용주를 살해했다. 발라바간이 회교 율법에 따라 처형된다면 가뜩이나 해외취업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부당대우에 불만이 큰 필리핀인들을 분노와 좌절로 몰아넣을 것이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동수출국이다.필리핀의 인력수출이 시작된 것은 74년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당시 대통령이 실업율감소와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취업을 적극 권장하면서 필리핀노동자들은 세계각국의 노동시장으로 팔려나갔다.
현재 공식적으로 해외에서 취업하고 있는 필리핀인들은 전체인구 7천여만명의 5%에 해당되는 3백5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민간단체에서는 해외취업인구가 이보다 훨씬 많은 4백50만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송출된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단순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다.
물론 대학졸업이상 고학력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고급인력도 많이 해외에 취업하고 있다. 필리핀 노동청 통계에 의하면 93년 해외취업인구중 의학분야 3·8%, 교육분야 2·7%에 달하는등 고품질 노동인구가 매년 늘고 있다.
이들 해외취업 필리핀인들이 본국에 송금한 돈은 본국 가족들에게는 「생명줄」인 동시에 필리핀 외화획득의 가장 쏠쏠한 원천이 되고 있다. 지난 94년 1∼11월 본국송금액은 26억달러에 달했는데 이 액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한 액수라고 필리핀 정부는 말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사금융기관등을 통해 들어오는 금액은 정부측 발표보다 2배이상되는 60억달러정도라고 주장한다.
가난한 필리핀인 사이에서 해외취업은 여전히 「일확천금의 꿈」으로 자리 잡고 있다.그러나 필리핀인의 해외취업은 장기간 해외취업으로 말미암아 가정 파탄과 이혼이 늘어나는등 적지않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취업자 대부분이 저임금에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3D」업종에 종사, 해외취업은 또한 필리핀국민들의 자존심을 구기는 단어이다. 저명한 필리핀소설가 시오닐 호세는 『필리핀 여권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대우받지 못하는 여권』이라고 한탄했다.<권대익 기자>권대익>
◎비 해외취업자 실태/정부 방치속 현대판 노예생활/대부분 불법취업… 성희롱·저임금 피해/윤락등 2천여명 투옥… 26명 사형선고
필리핀 해외취업여성들이 고용주의 성희롱등 갖가지 학대에 노출되거나 이를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취업을 위해 브로커와 맺어야 하는 구조적 굴레때문이다.
가정부로 취업하려는 여성은 브로커에게 알선비로 최고 1천8백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가난한 이들은 이 돈의 대부분을 빚에 의존한다. 현지에 도착하면 이들은 여권과 취업확인서를 담보로 현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우선적으로 브로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
대부분 2년인 계약기간 동안 다행히 좋은 고용주를 만난다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고용주가 약점을 빌미로 성관계나 초과근무를 강요하거나 인간이하의 대우, 욕설등 수모를 준다 해도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 이미 빌려쓴 돈을 갚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학대나 수모를 견디다 못해 뛰쳐 나오더라도 여권이 담보로 잡혀 있어 귀국할 수가 없다. 작년 필리핀 공식통계에 의하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1만5천9백건에 달한다. 이들은 결국 빚을 갚기위해 윤락여성이나 범죄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와 관련, 필리핀 외무부는 최근 필리핀인 2천1백93명이 사우디, 홍콩등 31개국에서 투옥돼 있으며 이중 26명이 중국등지에서 마약밀매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그나마 합법적 취업자인 경우는 나은 편이다. 불법 취업자들은 강제출국이 두려워 초과근무, 열악한 숙식, 임금체불등 더한 불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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