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무 성과도 없이 끝난 북한·미국간의 경수로 전문가 회담이후 돌아가는 움직임을 살펴보면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베를린회담이후 김영삼대통령은 줄곧 기회있을 때마다 북한에 대해 강한 어조로 경고를 발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형을 거부한다면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내용이외에 「경수로 건설 사업에서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한·미 양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한 대목도 있다. 연일 계속되어온 김대통령의 대북경고는 물론 앞으로 재개될 수밖에 없는 북한―미국 회담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미국 역시 정부의 공식 태도는 김대통령이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적어도 밖으로 드러난 바로는 한·미간에 의견차이가 없는 것같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에게 못마땅한 얘기들이 전해지고 있어 유감이다. 북한이 한국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10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또 미국의 어느회사가 사업에 참여할 목적으로 북한이 한국형을 반대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정보때문에 북한은 베를린회담에서 미국회사가 설계하는 경수로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의문에 부딪친다. 「한국이 정말 돈만 대는 봉 노릇을 하지않게 되는가」 「미국 정부는 특정회사의 장난에 놀아날 것인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문을 자극하는 것은 그뿐 아니다. 오는 10일부터 북한·미국간에 일반 국제직통전화가 공식 개통된다는 보도가 눈길을 끈다. 북한을 국제무대로 끌어내고 개방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전화 개통은 바람직하다. 통신개방은 인적 물적 왕래와 교류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시기적으로 볼 때 경수로 문제가 팽팽한 외교현안으로 걸려 있는 시점이어서 다소 의아스럽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전화개통으로 북·미간의 직접접촉이 활발해질 것은 틀림없다. 하필 이런 시점에서 그런 선심공세가 왜 나오는지 우리로서는 궁금한 것이다.
더욱 궁금한 것은 우리 정부와 외교당국이 정말 제 정신을 올바르게 차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베를린회담의 구체적인 내용과 시말은 물론 북한쪽에서 제의했다는 새로운 제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또 그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과 한·미 양국이 취해야할 공동보조의 방향과 구체적 대안은 마련되고 있는가. 또 최근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여러가지 보도에 대해 그 배경과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이런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정부의 핵외교에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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