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민자당에 대해 세계화에 걸맞는 개혁을 요구했던 것은 작년말 행정부와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이뤄진 직후였다. 김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주문을 했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2월 전당대회에서 일부 당직의 제한 경선제를 도입했다. 원내총무 시도지부장 광역단체장후보를 경선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지구당위원장도 장차 경선에 의해 선출한다는 원칙도 들어 있었다. 집권여당으로서는 내리기 어려운 결단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막상 실천에 옮기자니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원내총무선출때에도 두사람이 후보로 나왔으나 한사람이 사퇴함으로써 경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내정자가 무투표로 만장일치의 찬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한 상의하달식 운영에 길들여진 여당의 생리때문인지 표대결의 모험은 다같이 꺼리는 눈치다. ◆지금 광역단체장후보 결정과정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지도부에서 이미 내정한 후보가 있을 경우 도전자가 미리 알아서 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광역시장과 도지사 후보를 모두 경선으로 결정할 것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날이 갈 수록 경선지역은 줄어 이제는 한 두군데가 될까말까 할 정도다. ◆지도부에서도 경선제를 적극 활용할 뜻이 없는 것같다.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민주화나 활성화보다는 시끄러운 부작용을 예방하는 사전조정을 선호하는 것같다. 임명에 익숙한 오랜 여당체질은 어쩔 수 없는 가 보다. 과거 야당하던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았는데도 여당은 역시 여당일 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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