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 이미지 높일 첨단홍보 절실”/6개국 해외공보관 그룹 인터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 이미지 높일 첨단홍보 절실”/6개국 해외공보관 그룹 인터뷰

입력
1995.03.30 00:00
0 0

 세계무역기구(WTO)출범에 때맞춰 세계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을 가속화 시켜가고 있다. 상품의 질과 문화의 힘은 국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한다는 말이 있다. 세계는 지금 상품과 문화 세일즈의 한 방편으로 치열한 국가홍보전을 펴고 있다. 이 무한경쟁속에서 한국과 한국의 상품, 그리고 한국의 문화가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부가 함께 「국가 세일즈」의 첨병으로 나서야 한다. 이미 정부도 단순한 상품의 경쟁력 강화의 의미에서 보다 더 적극적 개념으로서의 「세계화」를 천명하고 나섰다. 때마침 올해 재외공보관회의에 참석중인 6개 주요국 해외공보관들을 그룹인터뷰, 그들로부터 정부와 국민의 바람직한 세계화 전략과 인식등에 관해 얘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국력맞는 신뢰성 확보 주력/영화등 문화분야 가장 효과/영상자료 CD롬 제작·배포/종합정보망도 곧 구축예정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위상, 또는 우리나라가 갖는 국가로서의 품격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양윤길=올초 시카고 외교협회에서 일반인 1천4백92명과 지도층인사 3백8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전세계 24개 주요국가를 선정해 순위를 매긴 적이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 지도층인사들은 한국을 8위로 꼽았으며 일반인들은 11위로 꼽았다.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의 위상이 이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위수=유럽쪽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특히 민주화를 통한 인권문제 해소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국가위상은 높아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그 위상에 걸맞은 품격을 갖췄느냐하는 문제는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에 비친 우리 국민들의 위상 역시 국력에 걸맞게 「일품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 다음으로 호감

 ▲김광옥(김광옥)=러시아와는 수교 5년밖에 안됐지만 한국에 대해 갖는 러시아 국민들의 이미지는 대단히 좋은 편이다. 1년전쯤 어느 단체에서 여론조사를 해봤는데 응답자중 3분의 1이 한국상품을 한번쯤 사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은 성실한 국민성에 잘사는 나라로 인식돼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호감이 가는 나라로 나타났다.

 ▲김경해=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국 사람들은 외제라면 주로 「미제」 「일제」만 떠올렸는데 이제는 「한국제」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상품붐이 일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가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상품과는 달리 사람에 대해서는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아직은 썩 신뢰를 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품격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형규=일본에서 88올림픽 이후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당시 결과가 20% 정도였다. 그후 몇년뒤 50%로 높아지더니 문민정부 출범이후에는 75∼80%까지 호감도가 상승했다. 특히 고베대지진 이후 교포들이 펼친 따뜻한 구호활동과 한국언론들의 호의적인 보도등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일본인들은 양국이 이젠 대등한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전정구=중남미는 지리적으로 정반대인데다 원래 서구쪽 문화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적 낙후요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모델로 삼아 배우자는 움직임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만큼 우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가고 있다. 요즘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상당한 자긍심을 갖게 된다.

 ―우리가 실제로 가진 힘과 실력에 비해 외국에서 그만한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인식의 갭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

 ▲양윤길=무엇보다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품질의 상품이라도 국가이미지에 따라 가격차가 엄청난 것이 현실이다. 가령 미국에서, 3백50달러짜리 우리나라 TV(20인치)는 실제로 50달러가 싼 3백달러에 판매되는 반면 같은 크기의 4백20달러짜리 일본 소니 제품은 원래 가격보다 80달러나 비싼 5백달러에 판매된다. 상품으로 볼 때 한국과 일본의 「이미지 가격」 차이는 1백30달러인 셈이다. 이는 바로 국가의 이미지갭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부 우월의식 잘못

 ▲김경해=우리나라가 그동안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여 오느라 제대로 품격을 갖출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무슨일이든지 여유를 갖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인들의 여유도 배울 필요가 있다. 과거 중동건설붐이 한풀 꺾인 후 중국등 다른나라로 진출했을 때 몇몇 우리 건설회사들은 눈앞의 이익만 보고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시행착오를 경험한 사례도 있다.

 ―한때 일본인들이 해외여행등에서 돈만 앞세워 「어글리 저팬」이란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요즘 우리는 어떤지.

 ▲윤형규=최근 일본에서는 매년 1천2백만명이 해외로 나가지만 과거 유럽등지에서 보여준 싹쓸이쇼핑등의 추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인들은 어디에서도 질서정연하다. 이는 어려서부터의 교육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일본인들은 어려서부터 「남한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덕목을 가르치며 참을성과 질서의식을 철저히 교육시킨다. 이런 점은 배울 만하다.

 ▲김광옥=러시아를 방문하는 한국사람들이 많은데 일부 인사들에게서는 왠지 쓸데없는 우월의식을 갖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요컨대 「우리보다 생활수준이 못한 나라」라는 식이다. 이는 실상을 크게 잘못 보는 것이다. 한때의 생활형편을 그 나라의 국력으로 보는 것은 큰 착각이다. 우리 국민들 스스로가 「세계시민」이 될 수 있도록 의식수준을 높여야 한다.

 ▲양윤길=영국에서 근무할 때 느낀 일이다. 과거 일본인들이 영국에 왔다 하면 주로 놀고 쇼핑하는 관광을 즐겼으나 80년대초부터는 차츰 박물관방문 오페라관람등 수준높은 문화관광쪽으로 취향이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관광객들의 행태도 최근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일본의 경우 이처럼 바뀌는데 25년이 걸린데 비해 한국은 그 변화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는 점이다.

○환경·복지 주도할때

 ―WTO체제가 출범, 세계는 바야흐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손위수=세계화는 곧 국가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우선 선진국들의 경제전쟁  준비상황은 물론 그들 국민들의 앞선 시민의식을 우리 국민들이 잘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친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같다. 이른바 「경제적 동물」로까지 비유되기도 하는 과거 일본의 이미지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도상국 지원이나 유엔평화유지활동, 환경·인류복지등의 문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양윤길=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외홍보중 문화적 이미지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 문화상품중에서도 특히 영화가 가장 효과적이다. 일본의 경우 72년께 라이샤워 당시 미대사가 미PBS 방송을 통해 일본 영화를 소개, 일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다양한 해외홍보기법들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전정구=해외공보관 본부에 근거리통신망(LAN)을 구축, 본부의 각 과는 물론 재외공보관과 본부간 정보교류가 쉴새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소개책자인 「HANDBOOK OF KOREA」를 기초로 다양한 영상자료와 한국어 학습프로그램을 곁들어 CD 롬 타이틀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또 앞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온라인 서비스하기 위해 WWW(World Wide Web)서버를 개발, 「KOREAnet」란 명칭의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 한국의 아름다운 정경이나 박진감 넘치는 한국민속음악등을 전세계에 소개할 예정이다.

 ▲김광옥=그밖에도 고퍼(Gopher)라는 인터넷용 정보서비스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외공보관들에게 영문관광정보,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 관한 한국소개자료, 영문시사뉴스등을 수시로 보내 활용토록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세계화작업이 한창이다. 과연 외국에서는 한국의 세계화란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홍보전략은 무엇인지.

 ▲손위수=EU국가들은 우리의 세계화전략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으며 관심도 또한 높다. 각 주요 언론들이 한국의 세계화를 소개하고 관련 세미나도 열렸다. 다만 유럽인들에게 한국의 세계화란 곧 시장개방이나 경제교류등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화가 시장개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모두 포함해 세계일류화를 지향하는 총체적 개념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양윤길=미국에서도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한달전쯤 조지워싱턴대에서 세계화와 관련한 세미나가 열렸으며 워싱턴포스트나 영국의 「더 타임스」등에서도 관련 사설을 게재했다. 이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한국이 그동안 미·일의존에서 벗어나 다변화한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포장기법 개선 시급

 ―해외의 각 홍보현장에서 우리 경제인들의 활동상을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윤형규=한국상품에 대한 홍보에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중 하나는 더욱 돋보이는 포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내용은 뛰어난 데도 불구하고 포장이 시원찮아 호감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본과는 매우 대조적인 현상이다.

 ▲전정구=각국의 시장이 개방되는 것과 동시에 한편으로 세계는 지역별로 점차 블록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무작정 한 지역에 뛰어들기보다는 사전에 그 지역의 문화와 생활등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져야만 한다. 참고로 중남미에는 여성이 영업부장등을 맡는 사례가 많은데 그런 점을 이해 못한 우리나라 모기업관계자가 협상테이블에서 여성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된 사례도 있다. 

 ▲김경해=두개의 국내기업이 최근 중국의 최고위층을 만나 각각 자사의 상품을 홍보할 때의 일이다. 한 기업은 『국내 내수도 빠듯할 정도로 제품이 달린다』고 한 반면 다른 기업인은 『앞으로 중국과 함께 제품을 개발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결국 사업권은 후자가 따냈다.

○공보관제 존속해야

 ―해외공보관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설왕설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의견이긴 하지만 소속부처를 이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고 그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생각은.

 ▲양윤길=지난 71년말 해외공보관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해외홍보에 대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물론 과거에는 국가체제홍보에 급급해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가장 방대하고 치밀한 해외홍보로 정평이 나있는 미국의 경우도 대통령직속의 독립기관인 미국공보처(USIA)가 해외홍보활동과 국제교류활동을 도맡아하고 있다. 다방면으로 노하우가 축적된 해외공보관은 공보처 소속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홍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마당에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손위수=공보처는 국정전반을 홍보하는 곳이다. 해외공보관을 국정의 한부분만을 담당하는 1개부처에 귀속시킬 경우 해외홍보의 범위가 그 부처의 기능에 국한돼 범정부적·범국가적 차원의 홍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독일 공보처 해외홍보실이나 영국의 중앙공보처(COI)도 모두 독립된 조직이며 이같은 나라들은 해외홍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우리 해외공보관은 24개국 30개 도시에서 42명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은 1천명 이상이 해외에 파견돼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뉴욕 LA 런던 파리등 4개 주요 도시의 해외공보관이 문화체육부로 이관됨에 따라 이 지역에서의 해외홍보에 공백이 생겼다. 특히 뉴욕의 경우 세계 여론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뉴욕타임스를 담당하는 홍보망이 전무한 상태여서 대책이 시급하다.<정리=홍윤오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