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은 첨단서비스산업” 오늘날 세계 정치무대의 앞자리에 서 있는 선진각국의 공통점중 하나는 지방자치제의 뿌리가 튼튼하다는 것이다. 일본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일본의 지자제는 1백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오는 6월 지자제선거를 앞두고있는 우리로서는 이웃 일본의 지자제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최근 몇년간 일본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방자치단체로 손꼽혀 온 지방도시의 전시장과 지난해 선거에서 탄생한 최연소시장을 각각 만나 일본 지자제의 「현재」를 알아 보았다.
◎생동감 넘치는 도시 추진/최연소 시장 무사시무라야마시 시시다씨
/“모든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공약/21세기는 경험보다 정열 더 요구”
도쿄(동경)도 무사시무라야마(무장촌산)시는 지난해 5월 실시된 일본 지자제선거이후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도쿄에서 전철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에 20대의 일본 최연소시장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인 올해 28세의 시시다 고타로(지지전호태랑)시장을 만나 정계입문동기와 장래포부등을 들어 보았다.
―시장선거에 출마한 계기는.
『지난 93년 우정성을 퇴직,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전총리의 일본신당에 입당했다. 이런 사람같으면 일본의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그를 도와 정치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단체장 선거에도 출마했다』
―선거공약중 어떤 점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보는가.
『일부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모든 시민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모든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 「함께생각하는 시정」이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 것 같다』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중앙정부의 총리는 행정부처간, 또는 정파간 이견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방행정은 단위가 작아 뜻을 쉽게 펼칠 수 있다』
―시정방침이 있다면.
『민주주의는 결과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죽은 도시가 아니고 생동감이 넘치는, 살아 숨쉬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의 활발한 참여가 무엇보다 전제돼야 한다』
―오는 6월 한국에서도 지자제선거가 실시되면 20·30대 단체장후보가 적지 않을 전망인데 그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다가오는 21세기는 경험보다 행동력과 정열이 더 요구되는 시대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내가 지난해 출마한 선거에서도 50대 후보가 주류를 이루었다. 젊은이의 정열과 행동력이 지방화시대에 중요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잘 납득시킨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무사시무라야마=장현규 기자>무사시무라야마=장현규>
◎“효율적 행정” 자치철학 실천/이즈모시 모범지자체 견인 이와쿠니 전시장/“고향봉사위해 미사 부사장 하차/직접현장에 뛰는 공복정신부터”
일본 남서쪽 시마네(도근)현에 있는 이즈모(출운)시는 인구가 10만명도 채안되는 작은 지방도시이다. 그러나 지난 89년이후 이즈모시는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지방도시중 하나로 변모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미국 최대증권회사인 메릴린치의 부사장자리를 마다하고 벽지도시 시장으로 변신한 이와쿠니 데쓴도(암국철인)전시장때문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낙후된 지방행정에 기업의 효율성 개념을 불어넣었다. 일본능률협회는 지난 91년 이즈모시를 「올해의 최고기업」으로 선정했다. 도쿄도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2월 시장직을 사임한 이와쿠니씨를 만나 지자제의 성공요건과 그의 행정철학등을 들어 봤다.
―기업가에서 단체장으로 변신했던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이즈모시와 시마네현의 장학금으로 대학을 졸업해 고향의 고마움을 마음속에 늘 간직해 왔다. 당시 현직 이즈모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시장을 맡아달라는 국제전화가 걸려오고 미국에 오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1주일정도 생각한 뒤 고향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는 길을 걸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행정철학을 요약한다면.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다. 정치가 인간을 흥분시키고 기대감으로 설레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비해 행정은 무엇보다 주민에게 봉사하는 정신,즉 공복정신이 요구된다. 중앙정부의 행정은 돈과 권력을 갖고 책상에서 종이로 하는 행정인 반면 지방행정은 직접 발로 뛰면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지방행정은 말단행정이 아니라 첨단행정이다.』
―「이즈모주식회사」라는 말도 있는데.
『도로나 다리를 건설하다가 기한내에 완공되지 않더라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곳이 일본의 관청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를 제3자가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행정은 서비스산업가운데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업종이다』
그는 시장재임중, 일본정치인들이라면 빼놓지 않는 관혼상제에 가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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