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마구인수·대출허점 악용/“정부도 부도처리 못할것” 오판/은닉재산 일부확인불구 조달자금 8천억 사용처 “의문” 덕산그룹 거액부도사건은 한 사업가의 무모한 「재벌 꿈」이 낳은 사기극으로 결론이 모이고 있다. 박성섭(47)덕산그룹회장과 동생 박성현(36)전고려시멘트사장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28일 『이 사건은 박회장의 무모한 야망과 금융기관 대출제도의 허점이 결합된 사기극』이라고 요약했다.
이 사건은 당초 3가지 의문점을 던졌다. 즉 ▲박회장이 무등건설 충북투금등 부실기업을 마구잡이로 인수, 기업확장을 꾀한 이유 ▲수천억원대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손쉽게 마련한 배경 ▲막대한 유용자금의 사용처등이다.
검찰은 첫번째 의문에 대해 『박회장은 금융기관에서 대출한 채무액이 1조원을 넘고 그룹전체의 외형이 30대 재벌그룹군에 진입하면 정부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부도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무모한 사업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86년 한국고로시멘트제조대표로 기업경영에 나선 박회장은 10년도 지나지 않아 28개 기업을 거느린 지방재벌로 부상하면서 30대 재벌규모로 기업을 키우겠다는 야망을 가졌다. 그러나 무리한 기업확장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궁리 끝에 기업을 계속 확장,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정부가 구제에 나설 수 밖에 없는 「방패」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물론 박회장이 상식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생존을 꾀했다는 설명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쨌든 박회장은 94년9월께 덕산그룹 계열회사의 전체자본금 3백억원이 모두 잠식되고 부채가 5천억원에 이르자 어머니 정애리시(정애리시·71)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고려시멘트 계열사를 자금동원 발판으로 이용하는 마지막 카드에 매달렸다.
고려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액 1천억원에 당기순이익 25억원이 예상되던 우량기업이었다. 그러나 부채가 4천억원정도로 덕산그룹에 지급보증을 서기는 무리한 상태였다. 박회장은 30대 재벌계열 기업군외의 기업은 여신관리대상이 아니어서 여신정보가 금융기관간에 교류되지 않는 점을 이용, 고려시멘트와 한국고로시멘트제조등을 지급보증인으로 내세워 11개 금융기관과 사채시장에서 9백32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덕산 계열사의 채무 5천98억원에 지급보증을 서게 했다.
검찰은 또 금융기관들이 덕산그룹에 자금을 계속 대출한 것은 고려시멘트의 지급보증과 함께 막대한 자산과 현금 동원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어머니 정씨의 지원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93년 5월에도 고려시멘트에 덕산의 보증을 서게 하는등 덕산 지원에 직접 개입했다.
그러나 검찰은 마지막 의문, 즉 금융권에서 조달한 8천억원대(부도액 3천5백36억)의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박회장이 이 돈을 충북투금등 계열사인수및 증자, 대출이자상환, 회사운영비등으로 쏟아붓고 일부는 주택구입등 개인용도에 사용한 것을 밝혀냈으나 전체 자금 규모에는 크게 못미친다. 검찰은 또 전남 해남의 땅 1백80만평등 박씨 일가의 은닉재산 일부를 확인했으나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은닉재산은 확인하지 못해 의혹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29일 정씨를 소환조사, 박씨일가 수사를 일단 마무리짓고 금융기관의 대출비리를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덕산부도사태의 충격파를 고려, 수사범위를 「대출과정의 금품거래」로 한정시킨다는 입장이어서 새로 파문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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