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해제후 120사 부도… 89년이래 10만명 해고/“엄청난 고정비용이 구조적 자멸 부른다”분석도○경제전문지 「포천」 진단
미국의 항공사들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공업은 구조적으로 망하게 돼있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미국 항공업계의 가격경쟁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천(4월3일자)이 미국 항공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항공업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과 고통의 시절이 계속되고 있다. 17년전 정부규제가 해제된 이후 1백20개의 항공사가 부도를 냈다. 89년이후 10만명이 해고됐다. 자리를 보전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임금이 깎였다.
컨티넨탈항공과 키위항공은 최고경영자(CEO)의 목을 날렸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항공산업이 공멸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항공업계의 침체에 대한 기존의 이론은 대체로 『잘못된 정책과 운영에불운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지난 5년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지나친 확장이 수요를 초과했고,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석유가격을 2배로 올려놓기도 했다. 게다가 경기침체가 뒤따랐다.
그러나 새로운 이론은 『문제는 운이 아니라 산업자체의 특성이며 항공산업은 구조적으로 자멸하게 돼 있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많은 직원을 해고하고 임금을 깎아도 항공기·항공유·기간설비등 엄청난 고정비용은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전체 승객의 92%가 정상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에 비행기를 이용했다. 돈으로 따지면 정상가격의 35%에 불과했다. 결국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과거 철도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항공사가 부도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새로운 이론의 핵심내용이다.
80년대 중반 합병과 부도의 와중에서 한때 새로운 성공모델이 나타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처럼 경쟁에서 이기는 몇개의 항공사가 시장을 나누어 가질 것이라는 모델이었다. 이 모델에 따라 대규모 항공사들은 연결망을 확충하고 항공기를 대량주문했다. 이와는 반대로 사우스웨스트는 가격을 대폭인하하고 예약석제도를 포기했다.
또 기종도 보잉 737 한가지로 통일했다. 결과는 사우스웨스트의 일방적 승리였다. 89년부터 93년까지 다른 모든 항공사가 총1백20억달러의 적자를 냈으나 사우스웨스트만이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이 나타났다. 운임이 가장 싼 항공사가 이긴다는 것이었다.
낮은 가격과 제한된 서비스의 소규모 항공사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 3년간 69개의 신세대 항공사가 생겨났다. 이중 일부항공사는 가격이 워낙 낮아서 고속버스나 철도까지 위협할 정도이다. 대규모 항공사들도 뒤질세라 소규모 항공사와 같거나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 됐다.
올해는 항공사들엔 비교적 전망이 밝은 해다. 석유가격이 안정됐고 경제도 활발한 편이다. 그러나 항공산업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산업이라는 것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이론으로 남아 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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