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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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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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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의 재미중 하나가 입후보자들의 유세를 보고 듣는 것이다. 한표를 놓고 호소하고 열변을 토하는 걸 보노라면 서민들의 스트레스도 곧잘 풀리는 것이다. 그런데 유세란 말의 기원이 무려 2천5백여년전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라니 놀랍다. ◆당시 각지의 제후들은 저마다 대권을 잡기위해 유능한 참모들을 앞다퉈 모아 거느리고 있었고, 이들을 식객이라했다. 제나라의 맹상군은 무려 3천식객을 거느렸다고 고사는 전한다. 식객만 되면 벼슬도 딸 수 있어 경쟁 또한 치열했다. 식객이 되기 위해 제후를 찾아가 자신을 소개하고 설득했던 이를 유사라 했고, 유사의 자기소개 행위자체를 바로 유세라 했다는 것이다. ◆유사들 가운데는 유교를 일으킨 공자도 끼어 있었다. 일생동안 각지를 돌아다니며 식객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해 후세에 「유세」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강조할 때마다 공자의 예가 빠지질 않는다. 법가사상가 한비도 그의 저서를 통해 유세의 어려움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이책 세난편엔 유세의 요체로 「상대의 마음읽기」를 강조한다. 요즘 말대로라면 유권자의 뜻부터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세의 학자들은 여기에 정직·성실·신뢰를 덧붙여 유세의 요체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3개월후에 치러질 사상 최대규모의 4대지방선거에 후보자만 자그마치 2만3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했던 동시선거관리대책에는 선거관리지원인력만 1백만명 이상이며 후보들의 합동연설회가 5천1백9회, 정당후보자연설회는 3만9백28회나 치러진다. ◆후보들 가운데 유권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줄 알고, 정직·성실·신뢰를 겸비한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바른 유세가 어렵다는 것만이라도 차제에 모두 알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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