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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자 색스의 새 논픽션 「화성의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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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자 색스의 새 논픽션 「화성의 인류학자」

입력
1995.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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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 고통뒤에 숨겨진 인간적 삶의 향기 “감동”/비정상 7인의 임상체험 글로 옮겨 로빈 윌리엄스와 로버트 데니로가 주연한 영화 「사랑의 기적」(AWAKENINGS·90년 개봉)에는 긴장증(CATATONIA)에 걸린 정신질환자와 헌신적인 의사가 나온다. 로버트 데니로는 뇌염후유증 때문에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할 수 있다. 「엘 도파」라는 약 덕분에 그는 며칠동안 정상인으로 소생했으나 다시 전신 긴장상태가 된다. 약실험이 실패로 끝났을 때 의사 로빈 윌리엄스는 환자들의 눈빛을 통해 몸은 목석처럼 굳어 있어도 그들의 내부에 정상인과 똑같은 사고와 행동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성격묘사가 뛰어났던 이 영화의 원작자는 올리버 색스(61)라는 미국의 신경의학자. 영국 옥스퍼드에서 신경학을 공부하고 미국으로 옮겨간 그가 69년 한 자선병원의 의사로 일하며 겪었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시인 W H 오든이 『의학을 다룬 문학 중의 걸작』이라 평했고 82년엔 극작가 해럴드 핀터가 여기에서 소재를 얻어 「말하자면 알래스카」라는 작품을 썼다. 색스는 의사로서, 또 뇌이상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임상체험보고로 유명해졌다.

 그가 최근에 펴낸 「화성의 인류학자」(AN ANTHROPOLOGIST ON MARS)는 비정상적인 일곱 사람의 이야기다. 여성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 어려서 이미 아스퍼저증후군이라는 고차원적 자폐증에 걸렸다. 동물학박사인 그는 탁월한 자폐증연구자이며 동물의 감정에 극히 민감하다. 하지만 단순하고 일반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정작 인간의 감정에 무감각하다. 그는 자신이 『화성에 있는 인류학자처럼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뇌종양으로 전뇌엽이 파괴된 그레그라는 청년은 진실됨, 깊이가 없는 사람이 돼 버렸다. 목소리와 몸짓, 유머와 지능등 기계적 겉모습만 남은채 영혼은 빠져 나가버린 사람이 된 것이다. 프랑코 매그나니는 한 가지 기억에 집착하는 화가다. 어릴 때 살았던 고향만을 집요하게 반복해 그리지만 그 그림은 하나의 환상일 뿐이다.

 색스가 85년에 펴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살림터 번역간)도 베스트셀러였다. 길가의 소화전을 악동으로 착각, 꿀밤을 먹이고 아내의 머리를 모자로 알고 집어 쓰려 하는 시지각장애를 가진 성악가의 면담내용, 병마와 싸우며 정상생활을 꿈꾸는 환자 24명의 삶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오페라로 공연됐고 최근엔 「한 남자」라는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프로이트와 루리아의 정신분석에 맥이 닿은 색스의 임상치료와 문학적 작업에 대해 비평가들은 『고통이라는 개인적 측면과 비극적이면서도 시적인 환자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감탄을 아끼지 않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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