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미국으로 부터 옥수수 5만4천톤을 수입했고 사정이 잘 풀리면 계속해 미국곡물을 들여올 예정이다. 북한의 식량수입관계자들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를 방문해 미국 곡물수출업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깊이 토의했으며 미 국무부측도 곡물수출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어 양국 식량거래는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미·북한은 지난 94년 10월 제네바핵협정을 체결한뒤 서로 무역금지조처를 풀기로 발표했는데 이런 관계진전에 따라 그 첫열매로 곡물거래가 성립되게 된것이다. 미·북한관계 진전의 첫거래가 곡물로 트였다는 것은 북한이나 미국에 다같이 다행스런 일이다. 북한은 미국을 「식량수입국」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새 관계를 풀어나갈수 있게 됐으며 미국은 오랜 적대국과의 거래를 「인도적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시발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외교가 갖는 이런 긍정적 측면의 뒤안에는 다급히 해결해야할 북한기아문제가 깔려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려 왔다. 국제통계에 의하면 91년이래만 해도 곡물생산은 예상소비량의 70%선만을 달성했을 뿐이었다. 거의 3분의 1이 부족한 상태였다. 통계에 의하면 북한은 91년에 4백42만7천톤, 92년에 4백26만8천톤, 93년에 3백48만4천톤, 그리고 94년에는 약간 사정이 좋아져 4백12만5천톤의 곡물을 생산했다. 북한 2천2백만 인구의 필요 식량은 약 6백50만톤이어서 매년 1백65만톤에서 2백78만톤정도가 부족하게 되어있다. 이 부족분중 중국에서 주로 사료용 옥수수를 80만∼1백만톤씩 수입해 왔으나 하루에 두끼먹기 운동을 해도 식량은 늘 부족한 상태이다.
북한의 현 총수출규모는 8억달러선, 수입은 10억달러정도로 2억달러정도가 적자이다. 군사용 긴요부품, 휘발류등의 긴급물자만 사도 항상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어 곡물을 사들일 여유가 좀처럼 없게 돼 있다. 북한귀순자들이나 북한여행자들이 전하는 북한주민의 비참한 식량난이 결코 과장되거나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국내에서나 재외 한인교포들 사이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할수만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1차적으로 북한정부가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 풀리게 되어있다. 남한정부는 한국이 아직 춘궁기신세를 면치못하고 있던 50,60년대에 미 공법480호등에 의한 외국식량원조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오려고 온갖 외교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북한정부는 북한이 배고픈 까닭은 남북통일이 안돼서 그런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통일만 되면 호남평야나 경기평야에서 생산되는 기름진 쌀이 다 북한사람들 것인데 「남조선이 통일을 막고 있어」 북한인민이 굶주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정부가 인민의 배고픔을 풀어주는 노력을 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만 인정해도 식량지원을 얻어낼수 있는 길은 상당히 열려있다. 한국일보가 벌이는 「사랑의 쌀」운동도 북한정부가 받아들이겠다는 요청만 하면 쌀을 다시 실어 보낼 준비를 해놓고 있다. 만일 북한정부가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김일성―김정일주체사상의 위대성」을 털끝만큼도 구부릴수 없다고 버틴다면 이웃이 어떤 도움을 줄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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