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현안 종합적 정리 돋보여/피살사건 지나친 일반화 아쉬움 덕원여고 이사장 피살사건의 범인이 교수인 장남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의 박한상사건과도 달리 「지성인의 패륜」이라는 점에서 충격의 도를 더한다. 각계에서는 엄부자모의 상실·비이성적 자식사랑·황금만능주의 ·개인의 자제심부족·유산상속이 빚은 한국적 비극등 다양한 진단을 내리고, 가정·도덕의 회복과 재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촉구했다.
그런데 「범인 김성복은 누구인가」 「살부의 변」(3월21·22일자)을 보면 범인의 가정은 사회의 귀감이 될만한 모범가정이었다. 부친은 합리적 사고로 자식을 교육한 엄부의 전형이었고 교육자인 자식도 순종하는 효자였다. 이번 사건은 엄부의 상실, 비이성적 자식사랑, 무분별한 황금만능주의라기 보다는 가족간의 종교적 갈등, 교수의 사업가 겸직, 부도위기, 유산상속의 한국적 모습, 그리고 개인의 자제심부족등이 범행동기의 잠재적이고 복합적인 배경인 것같다.
패륜살인이라는 결과는 박한상사건과 같지만 그 배경이 너무나도 다른 이번 사건을 각계나 언론은 대동소이하게 진단·보도했다. 이런 진단과 보도로는 엄부자모와 효자의 가정에서도 어떻게 그런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게 됐는지 설득력 있게 해명할 수 없다. 사건을 지나치게 일반화할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특수한 상황을 진단·처방하고 그것을 계기로 일반적인 경종을 울리는 보도태도가 아쉽다고 하겠다.
통합선거법개정을 둘러싼 파동이 여야합의로 가라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민자당은 또 「장후보 모금허용」(24일자)을 위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개정을 추진하다 야당이 반대하자 유보키로 결정했다. 집권당의 입법태도가 너무나 즉흥적이고 안일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입법만능 사고는 입법불신으로 이어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치면은 서서히 본격적인 선거관계기사로 옮아가고 있다. 「자치단체 행정공백」 「그린벨트 뿌리째 흔들」(14·15일자)등 선거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도 있으나 대체로 각지역 각당의 예상후보나 판세분석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선거운동효과, 경선적극적 자세」(18일자) 「민자, 서울시장후보 누구낼까」(23일자) 「민자, 장후보경선 소속계파·지역이 최대변수」(24일자)등의 기사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관심을 끄는 것은 물론이지만 기사제목자체가 특정정당의 입장이나 정당에서 보여주는 현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이다. 사실보도와 함께 다분히 정치해설적인 이들 기사는 사설 「후보 잘 고르기」(20일자)에서 강조하듯 민주적 절차에 의한 자유경선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경선절차가 얼마나 민주화하고 있나 하는 점에 비중을 두고 보도했으면 한다.
기초의회의원선거를 제외한 모든 지방선거에 정당추천제가 행해지는 만큼 후보자를 내세운 정당이 공천장사나 당리당략으로 후보자를 추천하는지, 또는 바람직한 지방자치를 위한 공천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시금석이 바로 공천과 관련한 실질적인 당내민주주의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월드 리포트의 「프리즘」중 「유권자제일 체질화」(22일자)는 정당공천 유무를 불문하고 유권자를 무서워하고, 또 그렇게 길들이는 주민이 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설된 한국일보포럼은 「사법개혁」(16∼18일자)과 「지방자치단체장」(23일자)을 주제로 지면을 장식했다. 두 주제는 이미 다른 언론에서 다룬 주제들이라 신선감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않고 현안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문제의 윤곽과 핵심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 산뜻한 지면과 함께 주요현안의 합리적인 여론조성을 위하여 마련된 한국일보포포럼에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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