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렬한 정치풍자 “폭소” 스탈린이 리어왕과 만난다면 권력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을까. 절대권력을 믿는 스탈린과 그 무상함을 절감하며 생을 마감한 리어왕은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가스통 살바토레작 「스탈린」에 나오는 스탈린과 리어왕을 연기하는 배우의 만남을 이윤택(각색)은 우리시대 독재자와 배우의 만남으로 바꿔 놓았다.
「우리시대의 리어왕」(동숭레퍼토리·연출 유재철)은 연금상태에 있는 전직 대통령이 공연중인 연극배우를 불러들여 함께 리어왕을 연기해 보는 내용의 본격적 정치풍자극이다. 보수대연합을 꿈꾸는 독재자와 실종된 아들의 행방을 집요하게 캐묻는 배우. 이들의 첨예한 대립 속에 자신의 과거가 후회스럽기도 하고 크게 한번 뒤집어보고 싶기도 한 독재자의 미묘한 심리, 스스로 시대를 청산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관객은 널리 알려진 것을 빗대는 풍자를 통해 통쾌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긴장감 있는 언어구사가 뛰어난 김학철(독재자 역)과 광대기질로 뭉친 품바의 정규수(배우 역)가 호흡을 맞춘다. 폭소를 참을 수 없게 하는 시치미에서부터 심각한 정색 연기까지.
『불행한 시대의 짐은 우리가 짊어지고 갑시다. 이제 있는 것을 느낀 그대로 말하도록 합시다』라는 「리어왕」의 마지막 대사에 이 연극의 메시지가 농축돼 있다. 4월1일부터 왕과시 소극장. 763―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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