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과 더가까이”저변확대 의욕강해 우리나라에도 실내악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가. 「음악회의 꽃」으로 불리면서도 가장 낙후된 분야로 꼽혀온 실내악이 최근 질적 양적으로 부쩍 자라나고 있다. 척박한 풍토에서도 뜻있는 음악인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창단 30주년을 맞는 실내악단(서울바로크합주단)이 있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악단(금호현악4중주단)이 국제적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한국 페스티벌 앙상블 홀에서 개최된 실내악음악회 「바로크음악의 향연」은 연일 만원을 이루어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새로운 실내악단의 창단작업이 활발한 것도 고무적이다. 앞으로 보름 이내에 창단공연을 갖는 새내기 실내악단이 3개에 이른다. 지난달에도 국내 정상급 연주인들로 구성된 「차리티 챔버 앙상블」이 창단연주회를 열었다. 올해 안에 만들어질 예비 실내악단까지 합치면 「실내악단 창단 러시」라고 할 만하다.
새로 태어나는 악단의 공통점은 단원들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 25일 문화일보홀에서 창단공연을 가진 「코리아나 브라스 퀸텟」은 쟁쟁한 30대 관악주자로 짜여져 있다. 모두 서울대 음대를 졸업,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원등 일류 음악교육기관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다. 4월9일 연주회를 갖는 「한국 플루트 앙상블아카데미」에는 KBS, 시립교향악단의 수석등 일급 플루티스트가 대거 참여하고 있으며, 4월3일 선보이는 피아노3중주단 「트리오 에코즈」의 단원들도 높은 수준의 연주자이다.
각 실내악단의 창단동기도 비슷하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음악을 연주함으로써 음악의 저변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직접 다가가 청중을 만들고, 음악을 사랑하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꾸며 나가겠다는 일종의 음악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과거 무수히 명멸했던 실내악단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음악인들은 실내악단의 잇따른 창단을 반기면서도 내심 걱정을 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이 지속되게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야 하는데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내악단 스스로가 독립·자생할 수 있는 운영방법을 모색하고, 훌륭한 악단을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주자들에게 실내악활동은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일종의 연구수업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또 청중은 실내악을 통해 음악을 보다 친근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실내악 발전이 포괄적인 음악의 발전과 직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음악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채 발전해 왔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독주만을 고집하는 시대는 지났으므로 앞으로 우리 실내악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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