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본고사를 쳤던 37개 대학중 많은 대학들이 96학년도 입시에서 본고사를 폐지키로 이미 결정했거나 폐지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본고사 폐지붐이 새롭게 일고 있다는 것이다. 본고사 폐지에 줄서기를 하고 있는 대학들의 경향을 보면서 그 폐지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에 앞서 입시요강결정에 우리대학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대학들의 본고사폐지 줄서기붐은 지난해 입시요강결정에서 보였던 본고사치기 경쟁과는 정반대의 현상이어서 놀랍다. 또 본고사를 실시키로 했던 30여개 대학들이 「본고사유보권장」이란 교육부의 외압 한마디에 우르르 본고사를 포기, 결국 9개대학만 본고사를 치렀던 94학년도 입시요강결정때의 전철을 다시 보게돼 뒷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번에 다시 되풀이되는 본고사 폐지풍조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체험론에 근거했거나 대학들의 순수한 자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것을 구태여 나무랄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번 해보고 폐지쪽으로 줄을 서는 움직임 역시 교육부의 「본고사폐지권장」이라는 타의에 따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어 대학들의 무소신과 자율성 및 일관성부재현상을 우려하게 되는 것이다.
또 교육부가 지난해와는 달리 본고사폐지권장을 강력하게 하고 나선 배경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본고사실시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을 줄여 보겠다는 의도라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들리는 바로는 교육개혁차원에서 마련중인 입시제도 개혁방안이 본고사폐지를 골간으로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대학이 스스로 폐지하는 것처럼 유도키 위한 것이라는 설마저 있다.
그렇다면 대학입시제도를 다시 수학능력시험과 고교내신성적만으로 뽑게 하는 획일화의 틀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82년 대학본고사가 폐지된 후 12년간 학력고사와 내신성적만으로 뽑게 했던 획일입시의 피해와 부작용을 벌써 잊었다는 것인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부활되어 두번째 시행된 대학본고사가 대학들의 과목선정과 출제미숙등으로 적지않은 문제를 드러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본고사를 아예 폐지하는 식의 입시제도 개선방향에는 선뜻 찬성하기가 어렵다.
입시제도는 다양한 것일 수록 좋다. 대학들이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경쟁도 할 수 있고 다양하게 발전할 수도 있다. 대학본고사를 존속시키는 범위에서 입시제도개혁이 이뤄졌으면 한다. 대학들도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입시요강쯤은 소신을 갖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성확보는 대학스스로가 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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