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리핀과 싱가포르는 한 비마의 죽음을 놓고 심각한 외교마찰을 빚고 있다. 「비마」는 필리핀의 중국어표기 비율빈과 가정부란 뜻의 아마의 준말. 동남아화교권의 용어다. ◆싱가포르의 한 「비마」가 지난 91년 어린이1명과 동료가정부 1명을 살해한 혐의로 17일 사형에 처해지면서 사태는 급속히 확산됐다. 변호인들은 그녀가 진범이 아니라는 증인 2명을 확보, 재심을 요청중이었고 필리핀측의 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중이었는가 하면 라모스대통령과 유엔의 각국 여성대표들이 사형집행의 연기를 탄원중이었기 때문이다. ◆처형소식과 함께 필리핀여성들의 시위가 시작됐고 과격단체들의 싱가포르인에 대한 테러위협도 가해졌다. 양국의 주재대사가 본국에 소환됐고 단교위협속에 예정된 합동군사훈련과 수뇌급방문도 연기되고 말았다. 또 싱가포르의 가정부취업이 중단되면서 7만여 현지취업자중 귀국희망자를 수송할 특별기의 대기령도 하달됐다. ◆가정부의 해외취업은 필리핀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엄격한 심사, 교육, 계약에 의해 세계20여개국에 40여만명이 나가 있고 매년 이들로부터 막대한 외화가 송금되어 「위대한 애국자」로 불린지 오래다. 두 나라 모두 필리핀의 특별조사위활동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사태를 어떻게 몰고 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태를 지켜본 각국의 시각은 여러가지다. 필리핀측엔 재빨리 사건을 수습하지 못한 외교팀에 화살을 보낸다. 싱가포르엔 상대국에 대한 사전양해가 부족했고 재심없이 처형한 「오만」을 지적한다. 인권과 나라의 주권 및 외교의 룰이 묘하게 뒤엉킨 「비마」분쟁의 귀추가 외국인 근로자문제로 시끄러운 우리에게도 여러모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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