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주부·라이파이·땡이와방개 등 기억나세요”/개화기∼70년대 대표작가 13명 작품세계 조명/우리만화 형성과정·문화사적 의의 첫 분석 코주부, 라이파이, 땡이와 방개, 훈이, 약동이와 영팔이. 지금 40∼50대가 어린 시절 추억의 일부로 간직하고 있는 만화주인공들이다. 가게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킥킥거리며 책장을 넘기다가 어깨 너머로 남의 책을 훔쳐보거나 만화를 본다고 꾸중하는 부모가 두려워 손 시려운 줄 모르고 골목길에 서서 만화책을 읽던 아련한 기억들. 추억의 만화주인공과 그 창조자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다.
미술서적 전문출판사 열화당(대표 이기웅)은 개화기부터 1970년대까지 활약했던 대표적 한국만화가 13명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한국만화의 선구자들」을 곧 출간한다. 만화평론가 곽대원 김이랑 최석태, 시사만화가 박재동씨등이 공동저술한 이 책은 최초의 본격적 「만화작가론」이다.
소개되는 작가는 이도영 김용환 김성환 김종래 신동헌·신동우형제 김규택 박기정 산호(본명 김산호) 방영진 임창 고우영 엄희자등 모두 13명. 만화가 문화의 서자쯤으로 인식되던 시대에 열정 하나만으로 편견의 벽을 뚫고 표현의 길을 넓혔던 사람들이다.
회화적 이미지와 서술적 이야기구조를 갖춘 만화는 이제 우리 시대에 가장 적합한 표현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그래서 이제 그들도 「한국 근대시사만화의 선구자 이도영」 「한국 최초의 장편만화영화를 만든 신동헌·신동우형제」 「한국적 극화만화의 개척자 김종래」 「한국 순정만화의 효시 엄희자」 「아동만화의 효시 임창」등으로 평가를 받게 됐다. 그들이 창조해낸 만화 주인공들은 먹을 것, 입을 것, 볼 것 없이 어렵기만 했던 50∼60년대, 궁핍에 찌들었던 어린이들에게 좋은 친구였다.
59년에 탄생한 라이파이는 한국의 슈퍼맨 배트맨이었다. 서기 2130년을 무대로 제비호를 타고 우주를 주름잡으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정의의 사도―그는 초인이었고 영웅이었다. 녹의 여왕과의 대결, 거대한 로봇과의 승부, 제비양과의 사랑,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은 이 만화가 끝나던 62년까지 당시의 어린이들을 사로잡았으며 탄성을 지르게 했다. 그 당시의 어린이들에게는 이 만화가 바로 전자오락이었다.
코주부가 만들어진 것은 1942년. 당시 일본에 있던 김용환은 도쿄 바닥의 한국 노무자들이 일이 없으면 주색과 노름질에 빠져 방탕하게 사는 것을 보고 계몽의 필요성을 느껴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동경 조선민보」에 토속적인 인물 코주부를 게재하기 시작했었다.
만화평론가 곽대원씨는 이 책에 대해 『만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사료부족에 허덕이는 한국만화계 사상 처음으로 만화의 형성과정과 문화사적 의의를 분석한 책』이라고 말했다. 열화당은 70년대이후 작가들만을 모아 「한국만화의 모험가들(가제)」이라는 책을 더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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